12-5
두통·피부염등 진료환자 1만명 넘어…의료진 되레 줄어
유독성 물질로 범벅이 된 태안 바닷가에서 기름 제거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두통·감기·피부염 등으로 진료를 받은 주민과 자원 봉사자 등이 1만명을 넘어섰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임시 진료소를 다녀가는 등 건강 피해가 악화 일로를 걷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의료 인력의 수급조차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의 ‘기름 유출 사고 의료분야 등 대응상황’ 자료를 보면, 사고 발생 열이틀째를 맞은 이날까지 오염 현장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1만2593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환자는 중복 증세를 보여 두통·감기·구토 진료가 1만1283건, 피부 질환이 420건, 외상 73건, 눈질환·복통 등 기타 증세가 1543건이었다. 또 임시 진료소에서 대응할 수 없어 후송된 사례도 6건이었다. 18일 하루 동안에는 투입된 방제 인력 3만9252명의 6.4%인 2510명이 진료소를 찾아, 스무명에 한명꼴로 진료를 받았다. 이는 하룻새 260명이 늘어난 수치다.
박현철 공중보건의는 “자원봉사자들보다는 주민들이 대부분 진료를 받는다”고 말해, 오염 현장에 오래 머무는 고연령층의 주민들에게 건강 피해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역학조사 결과 구토 증세 등이 휘발성 유기화합물 독성에서 비롯됐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굼뜬 대응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현지 의료 인력은 봉사단을 포함해 의사 45명, 간호사 87명에 불과했고 인력 수급이 불안해 건강 피해 확산과 의료 공백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한겨레> 12월17일치 10면)
그러나 이틀이 지난 18일 의사 인력은 오히려 한명이 줄어 44명에 그쳤고, 간호사는 5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복지부가 일시적인 의료 봉사에만 기대며 사고 발생 열흘이 넘도록 ‘의료 관제탑’ 구실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자원팀은 “다른 시·도의 협조를 받아 의료인력 등 가용 자원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