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의(62)씨
동자동 거주 4명 딱한 처지 입소문…임대주택 보증금 모금 ‘후끈’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김승의(62)씨는 임대주택 입주라는 꿈만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됐다. 선물을 안고 온 산타클로스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누리꾼들이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21일 김씨 등 동자동 쪽방촌 할아버지 4명의 임대주택 보증금 마련을 위해 누리꾼들의 도움을 호소한 결과 나흘 만에 성금이 100만원 넘게 답지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4명 가운데 우선 김씨가 다음달 10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한달 35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이 수입의 전부인 김씨 등은 쪽방 월세를 내고 빚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점심은 사회복지관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굶거나 김밥 등으로 간단히 해결해야 한다. 14만~19만원의 쪽방 월세는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었다.
올해 대한주택공사에 임대주택 입주를 신청했던 김씨 등은 지난 10월 주공으로부터 “화장실 하나가 딸린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지만, 100만원이나 하는 보증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재산도 기력도 없는 할아버지들이 담보 제공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 영세민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전전긍긍하던 이들의 사연을 들은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인터넷 블로그(http://blog.daum.net/ecodemo)에 이들의 딱한 사정을 올리고 누리꾼들의 모금 활동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이 발벗고 나서자 나흘 만에 123만5천원이 모였다. 아이디 ‘마음훈훈’은 “제 작은 정성이 보태져 할아버지들이 이 겨울 집 걱정하지 않고 보내시길 바래요”라며 힘을 보탰고, 아이디 ‘쟤시켜알바’는 “글에는 만원 이하라고 했는데, 네 분이시라 제 마음도 네 배 담아 보냅니다”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달했다.
누리꾼들의 정성이 계속 이어지면 권귀용(75)·김진만(76)·김원호(73)씨 등 나머지 3명도 쪽방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입주할 곳은 29.61㎡(9평) 넓이의 원룸형 매입 임대주택으로, 크기는 지금의 쪽방과 비슷하지만 시설이 좋고 관리비가 한달에 4만5천원 정도로 싸다.
김원호씨는 “우린 그저 포기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도와주시니 정말 뭐라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붙어 있다는 게 너무 좋지요. 우리가 어떻게 그런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됐는지 ….” 누리꾼들의 작은 정성이 성탄 전야에 작은 기적 하나를 이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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