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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동포 아내 만난게 죄인가요?”

등록 2008-01-01 21:01수정 2008-01-02 02:50

위장결혼으로 몰린 재중동포 출신 김송자씨와 한국인 남편 권오일씨가 1일 새해를 맞아 인천의 시부모를 찾아 식사를 함께 한 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있다. 인천/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위장결혼으로 몰린 재중동포 출신 김송자씨와 한국인 남편 권오일씨가 1일 새해를 맞아 인천의 시부모를 찾아 식사를 함께 한 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나누고 있다. 인천/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 가족의 소망] ‘위장결혼 수사’에 눈물 쏟는 권오일·김송자 부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새해 아침. 남모를 아픔을 간직한 가족들은 더욱 사무치는 사랑과 정으로 새해를 맞는다. 우리 사회 주변부에서 고통을 겪으면서도 가족의 힘으로 희망을 찾아내는 이들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세대 주택에 사는 권오일(53)·김송자(50)씨 부부는 요즘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다. 월세 15만원짜리 초라한 방이지만 함께 지낼 수 있어 행복했던 부부는 문 여는 소리에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린 진짜 부부인데, 나라가 위장결혼이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립니다. 중국으로 쫓겨나면 어떡하죠?” 재중동포인 김씨는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소개비’ 무조건 불법 취급…경찰, 기소의견 송치
“3년 넘게 같이 산 부부를” 강제출국 공포 떨어


서울 강동경찰서는 위장결혼한 혐의로 이들 부부를 조사한 뒤 지난달 3일 서울북부지검에 넘겼다. 검찰은 다른 위장결혼 사건과 묶어 조사 중에 있고, 다음달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김씨가 권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6월이다. 1999년 남편을 간암으로 잃고 중국 옌지에서 아들 둘을 키우며 살던 김씨에게 고향 친구 김아무개씨가 “좋은 사람 만나볼래?”라며 국제결혼을 제안했다. 이아무개씨를 거쳐 한국에서 세탁소를 하는 권씨를 소개받았다. “인상도 좋았고,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확 끌렸어요.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고요.”

김씨가 권씨를 마음에 들어하자, 친구 김씨는 중국돈 5천원(약 70만원)을 요구했다. 큰돈이었지만 김씨는 중매비로 생각하고 어렵게 돈을 구했다. 그러자 다리를 놓아준 이씨가 중국돈 2만원(약 280만원)을 더 요구했다. 김씨는 “큰돈이 오가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데다 도저히 2만원을 구할 방법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남자 만나기 힘들고, 한국에서 돈 벌어 갚으면 되지 않겠냐”는 가족들의 설득에 사채를 빌려 2만원을 마련했다.

권씨는 중국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김씨의 가족들을 만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왔다. 이후로도 권씨는 하루에 서너 차례씩 김씨와 통화하며 사랑을 이어갔다. 김씨는 여섯 달을 기다린 끝에 결혼비자를 받고 2005년 1월 입국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김씨와 권씨는 지난 3년 동안 서로를 아껴주며 살았다. 돈 문제로 마음고생한데다 환경도 낯선 탓에 김씨는 시름시름 앓았다. 갑상선염과 관절염이 심해져 병원을 자주 찾아야 했다. 제대로 취직해 돈을 벌고 싶었는데, 아픈 몸 때문에 가사도우미로 간간이 일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김씨는 “예전 남편은 술주정이 심해 고생이 많았는데, 지금 남편은 아픈 나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고 잘 보살펴 줬다”며 권씨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권씨도 “돈도 많이 벌어오지 못하고 배운 거 없는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다”며 “자기 몸도 좋지 않은데 내 척추염 때문에 아내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들이 단순히 입국을 노린 위장결혼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동경찰서는 “실제 같이 사는 부부라는 것은 인정되지만, 남편 권씨가 브로커를 통해 김씨의 돈 200여만원을 받는 등 돈거래가 있었던 만큼 불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권씨는 “한국에서처럼 여자 쪽이 혼수를 해오는 것이려니 하고 돈을 받았다”며 “대부분 중국에 다녀오는 비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1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시댁으로 나들이를 갔다. 해마다 새해 첫날 아침엔 시댁 식구들과 모여 식사를 해왔다. 시동생 권오연(51)씨는 “형수는 착실하고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며 “형이 뒤늦게 장가를 들어 서로 의지해서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식구들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남편 권씨는 새해 벽두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난 송자씨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브로커 개입 사실 100%…선의의 피해자 양산 가능성

중국 출신 국제결혼 배우자 현황
중국 출신 국제결혼 배우자 현황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 출신으로, 지난해 8월 현재 전체의 58.3%인 6만2035명이다. 덩달아 위장결혼 사례도 늘어 단속이 강화되면서 애꿎은 피해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동포타운센터 김용필 소장은 “중국동포와의 국제결혼은 수도 많고 비자 문제가 까다로워 결혼소개소나 대행업체 등 브로커가 거의 100% 개입한다”며 “나중에 위장결혼으로 몰려 강제추방당하는 중국동포 여성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서울중국인교회 최황규 목사는 “베트남 등 다른 외국인과 달리 중국동포는 재혼이 많고 언어도 통하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배우자의 경제 사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며 “브로커들이 돈을 벌 목적으로 국내 저소득층 남성들에게 비행기 삯 등을 지원하면서 결혼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결혼을 하고 싶은 가난한 한국 남성들도 모두 브로커를 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중국동포 여성들은 300만~600만원을 소개비로 내고 이 가운데 일부가 브로커를 거쳐 상대 남성에게 건네진다.

이 때문에 단속·처벌 과정에서 돈거래에 초점을 맞춰 위장결혼 여부를 판단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조선족교회 인권센터 이호형 목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결혼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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