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성정체성 고백 “군복무 끝까지 마치겠다”
현역 복무 중인 전경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군대 안의 편견에 맞서 끝까지 군 복무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전경부대에 근무하는 김현종(22·가명) 일경은 지난해 12월30일 한 인터넷 카페에 ‘커밍아웃, 어렵고 힘들게 선택한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제 도망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겠다”며 “당당하게 군 생활을 마무리 할 것이며, 전의경 부대에서 동성애자 권리 찾기를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자인 전의경이 스스로 성 정체성을 밝힌 것은 지난해 서울 도봉경찰서의 유정민석(25)씨에 이어 두번째이며, 유정씨는 이후 군 복무를 거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징역형을 살고 있다.
김 일경은 최근 개인적으로 적어 둔 글을 동료가 우연히 발견하는 바람에 부대 안에 성 정체성이 알려지게 됐으며, 한 고참 대원에게 상의한 결과 “일단 아니라고 해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유정씨의 용기를 떠올린 뒤 ‘커밍아웃’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 일경은 “이해해주는 대원들도 있었지만, 어떤 대원들에게는 놀림감이 됐고 ‘정신병원에 가봐야 한다’, ‘더럽다’, ‘몇m 앞으로 접근하지 말라’ 등 혐오스럽게 대하는 반응을 접해야 했다”며 “군대는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자원입대했고 그동안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성 정체성이 알려진 뒤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일경은 “커밍아웃을 한 뒤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며 “부대원들도 이제 많이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아직도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만큼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06년 4월부터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시행해왔지만, 동성애자를 단순히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형편이다. 동성애인권연대 장병권 상임활동가는 “지침의 성격이 차별적이며 전반적인 사회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관리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동등한 대우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