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미등록 노동자 ‘들키면 쫓겨날라’ 3일간 앓다 끝내…
“안모웨이가 죽었습니까?”
4일 충남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전화한 한 이주노동자는 “돈이 없어 맹장수술을 못해 숨졌다”는 친구의 소식을 듣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타이 출신 안모웨이(49)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복막염으로 숨졌다. 성탄 이브인 24일부터 심한 배앓이가 시작됐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이 없었고,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신분이어서 치료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 치료 시기를 놓친 게 원인이었다.
동포인 완차이(38)씨는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갔더니 형이 아프다며 딩굴고 있어 병원에 가자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괜찮다며 듣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안모웨이씨는 1999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충남 천안·아산 지역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실직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고국에 있는 부인과 아들, 딸 등을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며 일자리를 찾아다녔다고 동료 이주노동자들은 전했다.
그의 주검은 곧 화장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순천향대 병원은 그의 진료비를 받지 않기로 했고, 영안실과 화장장 비용은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모금을 해 부담할 예정이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6일 오후 3시 온양온천역에서 안모웨이씨의 추모식을 열어, 정부에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복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내에 있는 42만여명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20만여명이 미등록 노동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단체 이영석 사무국장은 “부족하지만 지역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용하도록 의료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안모웨이씨는 미등록 상태이고 돈도 없다 보니 이를 이용할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041)541-9112.
아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아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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