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실종자 안타까운 사연
중국동포 임춘원씨 부부, 함께 일하다 사고
결혼 석달 새신랑 전신화상...부인 망연자실
생존자들도 폐손상 가능성...사망자 더 늘듯
7일 오전 발생한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과 병원으로 달려와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 망연자실한 사망·실종자 가족들 =이날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나온 20여명의 가족들은 근처의 한 식당에 차려진 ‘유가족 관계자 대기실 및 유가족 사무실’에 모여, 가족의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어 창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40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되자 망연자실했다.
창고에서 청소일을 하다 화재 현장에 갇힌 이을순(58)씨의 남편 유아무개씨는 아들과 함께 현장에 나와 눈물만 쏟다가 차마 더 버티지 못하고 현장 가까이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유씨는 “아내는 그곳에서 일한 지 한 달 정도 됐으며, 집에서 가깝고 딱히 벌이도 없어서 다녔다”며 “오늘 아침 출근할 때에도 내가 차로 태워다 줬다”고 체념한 듯 담담히 말했다.
이날 밤 10시께 주검들이 안치된 이천의료원을 찾은 김영수(48)씨는 친목모임 회장인 장행만(49)씨의 실종 소식을 듣고 달려와 장씨의 부인 나아무개(47)씨를 위로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장씨의 둘째아들이 텔레비전에서 아빠 이름이 실종자 명단에 나와 엄마에게 전화했다고 한다”며 “부인은 이날 취직 면접시험이 있어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중에 ‘신랑이 이렇게 될지도 모르고 면접 보러 갔다’고 한탄을 했다”고 전했다. 장씨는 경기 안산의 15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어, 유성기업에서 창고 근처에 살도록 집을 얻어줬다. 김씨는 “둘째를 늦둥이로 낳았다고 먹고 살려고 애썼는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효자원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김준수(32)씨의 어머니는 “올해는 꼭 장가를 보내려고 했는데,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김씨는 바지에서 발견된 신분증으로 신원이 밝혀졌다. ■ 안타까운 사연들 =서울 강남베스티안병원에 입원한 재중동포 임춘원(44)씨와 숨진 남편 이승복씨는 현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화를 당했다. 임씨의 조카 정아무개(35)씨는 “이모가 이모부와 함께 현장에서 보온재 작업을 하고 있다가 불이 나 3도 화상을 입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으며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임씨는 6~7년 전에 한국에 왔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박종영(35)씨는 올 봄 결혼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그는 약혼녀 안아무개(33)씨를 보자마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했다”며 “내가 걱정할까봐 사고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주위에 부탁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코리아2000에서 냉동기술자로 일한 지 한 달여 만에 사고를 당해 서울 구로성심병원에 입원한 천우환(34)씨는 결혼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치원 교사로 현재 임신 중인 부인 전현숙(30)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직장에서 일하다가 연락받고 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해했다. 노남규 서울 구로성심병원 외과 과장은 “천씨는 얼굴을 포함해 전신에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중할 수 있다”며 “흡입 손상으로 인해 기도에도 화상을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 부상자 상황 =화재로 부상을 입은 임춘원(44)·박종영(35)·심영찬(49)·안순식(51)씨 등이 입원한 서울 강남베스티안병원 김선규 일반외과 과장은 “이송된 4명 모두 목숨엔 지장이 없다”면서도 “화상이라는 것이 처음보다 며칠 지난 뒤 상태가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들 얼굴을 많이 다쳐 폐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며 “기관지 쪽에 그을음이나 유독가스가 들어가 폐가 망가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 증세는 며칠 지나 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최원형, 이완 기자 circle@hani.co.kr
효자원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김준수(32)씨의 어머니는 “올해는 꼭 장가를 보내려고 했는데,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김씨는 바지에서 발견된 신분증으로 신원이 밝혀졌다. ■ 안타까운 사연들 =서울 강남베스티안병원에 입원한 재중동포 임춘원(44)씨와 숨진 남편 이승복씨는 현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화를 당했다. 임씨의 조카 정아무개(35)씨는 “이모가 이모부와 함께 현장에서 보온재 작업을 하고 있다가 불이 나 3도 화상을 입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으며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임씨는 6~7년 전에 한국에 왔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박종영(35)씨는 올 봄 결혼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그는 약혼녀 안아무개(33)씨를 보자마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으면서도 ‘괜찮다’고 말했다”며 “내가 걱정할까봐 사고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주위에 부탁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코리아2000에서 냉동기술자로 일한 지 한 달여 만에 사고를 당해 서울 구로성심병원에 입원한 천우환(34)씨는 결혼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치원 교사로 현재 임신 중인 부인 전현숙(30)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직장에서 일하다가 연락받고 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해했다. 노남규 서울 구로성심병원 외과 과장은 “천씨는 얼굴을 포함해 전신에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중할 수 있다”며 “흡입 손상으로 인해 기도에도 화상을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 부상자 상황 =화재로 부상을 입은 임춘원(44)·박종영(35)·심영찬(49)·안순식(51)씨 등이 입원한 서울 강남베스티안병원 김선규 일반외과 과장은 “이송된 4명 모두 목숨엔 지장이 없다”면서도 “화상이라는 것이 처음보다 며칠 지난 뒤 상태가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들 얼굴을 많이 다쳐 폐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며 “기관지 쪽에 그을음이나 유독가스가 들어가 폐가 망가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 증세는 며칠 지나 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최원형, 이완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