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사고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시민회관에서 8일 오전 한 유가족이 라이터 불을 켜고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들의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이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합동분향소 ‘눈물바다’
밤새도록 주검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샌 유족들은 8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분향소에 길게 늘어선 40개의 위패는 통곡하는 피붙이들 앞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소방당국과 경기 이천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경찰 등으로 이뤄진 물류창고 화재참사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날 아침 일찍 이천시민회관 1층에 합동분향소와 유족대기실을 마련했고, 분향소를 찾은 유족들은 서로 부여잡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쏟아냈다.
사고 당일인 7일 저녁 뒤늦게 사고 소식을 듣고 주검 10구가 안치된 이천 효자원을 찾았던 황의충(52)씨 유족들은 이날 아침 8시께 가장 먼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올해 대학에 합격한 황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위패 앞에 서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7일 밤 주검에서 휴대전화가 발견돼 신원이 확인된 윤석원(43)씨 유족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 명단을 받아들고 다시 한번 망연자실했다. 윤씨의 매형은 “처남은 용접 전문가로, 말은 없지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며 “시신 확인을 했으니 빨리 인도받아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5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외동딸을 혼자 키워 온 김완수(47)씨 사연도 주위를 울렸다. 김씨의 누나인 김종래(53)씨는 “동생이 일하러 한 번 나가면 집에 못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부녀가 서로를 챙기며 잘 지내왔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김씨는 사고가 난 7일이 원래 쉬는 날이었지만 일이 많아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딸에게 “쉬고 싶은데, 오늘은 일이 많아 못 올라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옥주(57)·옥선(55)씨 자매는 단열재를 입히는 작업을 하다가 함께 변을 당해 유족들의 슬픔이 더했다. 이들의 친척은 “두 자매가 서울 대방동에서 가까이 살았으며, 함께 일하러 다녔다”고 전했다. 윤옥주씨의 딸은 “이야기할 힘도 없다”며 “아버지와 이모부는 슬픔에 몸져누워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냉동설비 작업을 하다가 화를 당한 최승복씨의 부인은 분향소 앞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최씨에겐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아들(29)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손자가 있었다. 최씨의 동생은 “얼마 전 만났을 때 예전보다 술도 잘 안 마셔 앞으로 더 잘살겠구나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인 동신기업 소속으로 배관설비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영호씨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누랄리 할리코프(42)의 빈소에는 이날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할리코프는 2006년 11월 한달짜리 단기비자를 받아 입국해, 그동안 불법체류 생활을 해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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