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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쇠가 다 녹았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등록 2008-01-09 20:27수정 2008-01-10 00:37

경기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참사 현장에서 9일 오후 경찰·소방 합동감식반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참사 현장에서 9일 오후 경찰·소방 합동감식반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천 물류센터 참사 유족 150여명 화재현장 방문
독립지사 김규식 후손도 ‘화’ 부친 “아들·사위 숨져 막막”
냉동창고 업주 “죄송하다” 유가족들 격력하게 항의

“쇠가 저렇게 녹았으니 사람이 오죽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

7년 만에 만난 아들 김군(26)씨를 일주일 만에 화마에 잃은 재중동포 김용진(57)씨는 9일 낮, 아들을 삼켜버린 시커먼 냉동창고 앞에서 오열했다. 김씨는 일제 때 독립군 서로군정서 대표로 활동했고, 이후 독립운동단체인 ‘정의부’에서 항일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의 외증손자다. 김규식 선생과 김씨의 큰외할아버지인 김성로 선생한테는 모두 건국훈장이 추서됐다. 먼저 국내에 들어와 있던 김씨는 지난해 아들이 중국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에 와서 일해 보라”고 권했던 것이 마냥 후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아들은 중국 국적으로 한국에 와 불에 타 숨졌다”며 “아들과 함께 일했던 사위도 숨져 딸과 쌍둥이 손자가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의 일가친척 등 화재로 희생된 재중동포 13명과 이준호(41)씨 등 한국 노동자 3명은 냉동창고에서 차로 15분 남짓 걸리는 이천시 신면 고척리 ㅍ여관에 방 셋을 얻어 한 방에서 네댓 명씩 함께 생활해 왔다. 이들을 고용했던 하청업체 에이치아이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한달 가량 머물 계획으로 방 세 개를 월 130여만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날 낮 불이 난 호법면 유산리 냉동창고를 찾은 희생자 가족 150여명은 창고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 뿐이었다. 주검을 정확히 가려내지 못한 희생자 장행만(48)씨의 형수 이희선(63)씨는 “도련님, 형수 셋이 다 모였는데 왜 대답이 없어요? 올해도 건강하라고 연하장을 보내주고 전화도 해주더니 이렇게 가면 안 돼요”라고 울부짖었다.

이천시가 가로 80cm·세로 50cm 크기의 탁자 위에 국화꽃과 향이 놓인 분향소를 창고 앞에 차려놨으나, 일부 유족들은 “40명이나 숨졌는데, 달랑 분향소 하나 차려놓으면 끝난 것이냐”며 탁자를 뒤엎고 울분을 토했다.

흥분을 가라앉힌 유족들은 5명씩 8개조로 소방관들의 안내를 받으면 참사 현장을 둘러봤다. 아버지를 잃은 이아무개(14)군은 창고 안을 보며 “다 무너져버렸어. 어떻게 해”라며 눈물만 흘렸다. 10여분 동안 창고를 둘러본 가족들은 밖으로 나온 뒤 감당하지 못할 설움이 밀려오는 듯 한참을 멍하게 서서 울기만 했다.


유가족들은 숨진 이들의 장례 절차나 회사 쪽에 대한 대응을 함께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유족대표들에게 냈다. 허재영 공동대표는 “주검 인도부터 장례, 사후 보상 협의까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밤 10시께 공봉애 ‘코리아2000’ 및 코리아냉동 대표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천시민회관을 찾아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사죄했으나 유족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천/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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