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화재 참사 현장
“동파 등 우려해 일부러 차단했을 가능성” 제기
노동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당시 각종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생존자들과 소방당국은 지난 7일 불이 난 직후 자동화재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비상 소방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대피가 늦어지고 인명 피해도 커졌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화재 현장의 자동화재탐지기는 2~3차례 시험을 거쳐 정상적인 소방검사까지 마쳤는데도, 미리 폭발이나 화재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점에 의혹이 일고 있다. 소방설비 전문가들은 “연기 또는 열기에 의해 작동되는 자동화재탐지기는 민감한 제품의 경우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만 노출돼도 경보를 울린다”면서 “아무리 불길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졌다고 하더라도 탐지기가 작동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 소방검사 및 소방시설 감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동화재탐지기의 경우 일부러 차단하지 않는 이상 작동한다”며 자동화재탐지기가 무슨 이유론지 차단돼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열기에 의해 작동하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불을 끄기 위해 상수도 급수관에 설치된 호스인 옥내소화전마저 물을 뿜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재 당시 작업장 안의 상황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의 경우 이미 소화장비에 공급되는 물이 건물 배관을 통해 들어와 있었을 텐데, 이런 시설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면 설비 자체보다는 인위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시설 감리업체 관계자는 “겨울철에 일부 작업장의 경우 동파 등을 우려해 건물 안 옥내 소화전과 스프링클러 등으로 통하는 급수관을 잠가 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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