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권씨의 영결식을 끝낸 추모객들이 기름 방제복 차림으로 14일 이씨의 영정과 상여를 앞세우고 노제를 지내려 태안해양경찰서로 들어서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태안/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기름유출 피해’ 목숨 끊은 고 이영권씨 영결식
충남 태안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피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민 고 이영권(66)씨의 장례식이 14일 오전 태안군청에서 군민 등 1만여명이 애도하는 가운데 군민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서 이씨의 딸은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에서 “기름을 뿌린 사람도 멀쩡히 숨을 쉬고 살아가는데 아버지가 왜 삶을 포기하신 것인지 원망스럽다”며 울먹였다. 고씨는 굴 양식장이 기름에 오염된 것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이원재(서산수협조합장) 군민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영결사에서 “태안반도에 검은 재앙이 몰려온 지 한달여 동안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옛 모습을 되찾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절망의 늪만 남아 있다”며 “사고를 낸 당사자는 침묵하고 어느 누구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씨 영정 옆에는 기름으로 뒤덮인 해변과 기름에 젖은 새들, 주민들의 방제 사진 등이 내걸렸고 주민들은 방제복 차림으로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 ‘기름피해 진짜 주범 삼성그룹 무한 책임’, ‘검은 바다 검은 사람 앞에 정부는 각성하라’ 등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추궁하고 피해 보상에 정부가 나서기를 촉구하는 만장 수백여개가 내걸렸다.
이씨의 주검은 태안해경 및 의항리해수욕장에서 노제를 지낸 뒤 이날 오후 소원면 의항리 선영에 안장됐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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