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홍익대 미대 정시모집 실기시험 중 ‘석고상을 포함한 정물수채화’ 과목이 치러진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체육관에서 채점관들이 수험생들의 작품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참관한 가운데 채점하고 있다. 이날 실기시험 문제로는 ‘이면상’(가면을 쓴 여인상)이 출제됐다. 연합뉴스
일부 미술학원서 ‘출제 석고상’ 정확히 집어줘
수험생 “강사가 이면상·칸트상 나온다고 말해”
함께 놓인 과자봉지까지 일치…홍대 “말 안돼” 2008학년도와 2007학년도 홍익대 미술대학 입시 실기시험 전날, 홍익대 앞 일부 입시미술학원에서 실제 출제된 석고상 등을 정확히 집어 학원생들에게 알려준 사실이 드러나 시험문제 사전유출 의혹이 일고 있다. ■ 석고상 두 개 모두 맞춰=서울 홍익대 앞 ㅋ입시미술학원에 다니다 2008학년도 홍익대 정시모집에 응시한 ㄱ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실기시험 하루 전날 ‘석고상을 포함한 정물수채화’ 과목에 이면상(가면을 쓴 여인상)과 칸트상(키케로 얼굴상)이 나온다는 말을 학원강사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16일 치러진 이 과목 실기시험에는 이면상과 칸트상이 각각 출제됐다. 석고상은 시험 2주 전 공지된 5개 가운데서 출제되는데, 시험 전날이라도 특정 석고상이 출제될 것을 미리 알게 되면 실력이 비슷비슷한 수험생들 사이에선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익대 입시정보센터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입시를 맡고 있는 교사다. 시험 당일 오전 집합장소에 가보니 학생들이 출제 대상을 미리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홍익대 앞 ㅈ입시미술학원 원장도 “시험 둘쨋날 시험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칸트상이 나온다는 얘기를 해 의아했고 실제로 그렇게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ㅋ학원장은 “시험 전날 학원강사 한 명이 홍익대에서 두 종류의 석고상만 나르는 장면을 보고 학원생들한테 말해준 것”이라며 “입시부정이 아니라 우연히 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수 홍익대 교무처장은 “석고상은 공지된 5개를 2주 전 시험장 건물에 확보해 두고, 시험 당일까지 이동은 없다”며 “시험 당일 교수 5명이 번호 추첨과 ‘사다리 타기’로 출제할 석고상을 선택하기 때문에 사전 유출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석고상과 함께 놓인 과자봉지도 적중=또다른 홍익대 앞 입시미술학원인 ㅈ학원의 일부 반 학생들은 시험 전날 이면상과 함께 양파링 봉지를 놓고 연습을 했는데, 실제 시험에서도 이면상 옆에 양파링 봉지가 놓여 있었다.
홍익대는 시험 2주 전 석고상 옆에 놓일 물건에 대해 ‘화구류, 천, 스낵류, 공구류, 과일류, 화훼류, 문구류, 채소류, 포장지, 유리용기류, 전자제품류, 금속제품류’라고만 공지했다.
ㅈ학원장은 “여러 반 가운데 한 반이 연습한 게 우연히 적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쪽은 “시험 당일 추첨으로 선택한 석고상에 과일, 과자, 문구 등 여러 가지 정물을 임의로 추가해 세 가지 조합을 만든 뒤 이 가운데 추첨으로 한 조합을 최종 문제로 선택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에도 정물화 깔개 지목=2007학년도 홍익대 정시모집 실기시험 하루 전 ㅋ입시미술학원에서 다음날 출제될 정물화 소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학원을 통해 홍익대에 진학한 ㄱ씨는 “시험 전날 한 강의실에서 홍대 교수의 말이며 ‘석고상 아래로 화려한 천이 깔릴 것이니 천에 매달리지 말고 정물에 집중하라’는 등의 강의를 들었다”며 “화려한 천이 깔리는 경우는 드문데, 실제로 금색 실수가 놓은 붉은 비단천이 깔개로 나왔다”고 말했다.
ㅋ학원장은 “강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수가 말했다고 한 적은 없다”며 “2006학년도 수시모집 문제에서 꽃무늬 천이 나온 적이 있어, 화려한 천이 나오면 학생들이 실수를 할까 봐 주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박수진 영상미디어팀 피디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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