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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억울한 인생 기억해주니 고마울 뿐이여”

등록 2008-01-29 19:24수정 2008-01-29 19:34

‘63년만에 초등 졸업장’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유녀씨
‘63년만에 초등 졸업장’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유녀씨
‘63년만에 초등 졸업장’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유녀씨
초등학생 때 일본에 끌려가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던 70대 근로정신대 피해자 2명이 63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전남 나주초등학교는 29일 “학교운영위의 의견을 들어 올 졸업식(2월15일)이나 개교기념일(5월20일)에 나주초등 출신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금덕(79·광주시 서구 양동), 이유녀(78·광주시 동구 학동) 할머니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인 1944년 5월 나주초등 6학년에 다니다 “졸업 뒤 여학교에 보내주고, 집 한 채를 살 만큼 돈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꼬임에 속아 나주역과 여수항을 거쳐 일본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같은 해 6월 초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군수공장에 도착해 군용기의 부품을 다듬고 칠하는 작업에 동원됐다. 이들은 해방을 맞을 때까지 날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8시부터 하루 10시간 역한 시너 냄새 속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변소에서도 식당에서도 언제나 일본인의 뒷줄에 서서 차별과 멸시를 삭여야 하는 나날이었다. 이런 중노동 탓에 현해탄을 함께 건넜던 나주초등 출신 근로정신대 피해자 24명 가운데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양 할머니와 이 할머니, 현지에서 지진으로 숨진 김향남씨 등 3명 뿐이다.


나주초등 6년때 ‘공부·취직 시켜준다’ 꾐에 끌려
미쓰비시 군수공장 혹사 24명중 3명만 생사확인
귀국해서도 통한의 나날…‘강제노역’ 손배 소송중

1944년 일본 나고야성 앞에서 찍은 나주초등학교 출신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모습. 뒷줄 왼쪽에서 5번째가 이유녀씨, 앞줄 왼쪽에서 7번째가 양금덕씨. 사진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제공
1944년 일본 나고야성 앞에서 찍은 나주초등학교 출신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모습. 뒷줄 왼쪽에서 5번째가 이유녀씨, 앞줄 왼쪽에서 7번째가 양금덕씨. 사진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제공
이들은 1945년 10월21일 약속했던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 채 귀국했으나 이번에는 조국에서 ‘일본에 갔다왔다’는 이유만으로 턱없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오해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손가락질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풍파 속에 내버려졌다. 출국 사실을 숨긴 채 결혼한 양 할머니는 5년 만에 이를 알게 된 남편이 집을 나가버려 오랜 세월 피눈물을 흘려야 했고, 이 할머니는 4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외롭고 어렵게 딸을 키워야만했다.


이들은 13년 전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의 지원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 사법부에 냈으나 아직도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사연은 최근 <시민의 소리> 이국언 기자가 일제에 강제동원된 광주·전남 피해자들의 증언집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는 원혼>을 펴내면서 알려졌다. 나주초등학교는 옛 학적부를 뒤져 이들이 ‘정신대 동원중’이라는 기록을 확인하고 피해를 입고도 꿋꿋하게 대처한 이들한테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

소식을 들은 양 할머니는 “졸업장을 준다니 소풍가는 날 받아놓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며 “31일 재판 준비로 일본에 가는데 국내의 관심을 일본의 시민단체에도 전하겠다”고 반겼다. 이 할머니도 “잊지않고 억울한 인생을 기억해주니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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