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소설’ 박사 논문 쓴 심영의씨
‘5·18민중항쟁 소설’ 박사 논문 쓴 심영의씨
80년 회사원으로 시위 참가 108일 옥고
울분·고문후유증 달래려 소설 읽고 쓰기
“기억 저장소 넘어서 인권·평화 상징되길” 50대 5·18 유공자가 5·18소설을 연구해 박사가 됐다. 5·18 부상자인 심영의(50·사진)씨가 26일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5·18을 소재로 다룬 임철우의 <봄날>, 홍희담의 <깃발>, 윤정모의 <밤길>, 송기숙의 <오월의 미소>, 김신운의 <청동조서> 등 장·단편 39편을 △기억의 재현 △죄의식 표출 △상처의 치유라는 세 관점에서 내용분석한 결과물이다. 심씨는 “1984년~2007년 나온 5·18관련 소설이 줄잡아 100여편에 이르지만 기준범위, 발표년도, 발표지면 등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걸 보고 연구주제로 삼았다”며 “이 분야 최초인 이 논문을 밑그림으로 5·18문학사 전반을 제대로 정리해보겠다”고 말했다. 논문을 쓰면서 심씨는 소설 대부분이 ‘80년 5월 광주’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어 안타까웠다며 이제는 ‘오월 광주’가 기억의 저장소를 넘어서 인권과 평화 등 보편 가치를 지향하는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20대에 5·18을 격렬하게 체험한 심씨는 “80년대 말부터 울분과 격정을 달래려고 밤새워 소설을 읽거나 써왔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념에 기울지 않고 민중의 시각에서 접근한 문순태의 <그들의 새벽>을 사랑한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소설에 심취한 80년대 말 2년 동안 한길사의 문예아카데미에서 창작을 배웠고, 90년대 초 5월민중항쟁연합 사무차장을 지내면서 습작을 계속했다. 주로 ‘꿈이 일상을 이기지 못한다’는 화두로 5월의 현재를 천착하는 데 몰두했다. 이런 노력으로 단편 <방어할 수 없는 부재>가 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가 2006년 5·18기념재단 5·18문학상에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고졸이었던 그는 1999년 소설을 더 잘 쓰고싶어 문예창작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10년 동안 학업과 생업을 병행한 끝에 박사학위까지 따냈다. 박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5·18 30돌을 맞는 2010년까지 기념비적인 5·18소설을 써보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지옥같았던 광주의 체험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아 당시 사람들이 폭력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려 얼마나 애썼는지 그려보고 싶다.” 심씨는 스물세살 평범한 회사원이던 80년 5월23일 광주 옛 동일실고 부근에서 시위대 차량을 타고가던 중 집중사격을 받고 계엄군에 붙잡혔다. 모진 구타와 고문으로 초주검이 됐으나 헬기로 광주통합병원에 후송된 뒤 가까스로 회복해 상무대영창과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108일 동안 갇혀있다 풀려났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울분·고문후유증 달래려 소설 읽고 쓰기
“기억 저장소 넘어서 인권·평화 상징되길” 50대 5·18 유공자가 5·18소설을 연구해 박사가 됐다. 5·18 부상자인 심영의(50·사진)씨가 26일 <5·18민중항쟁 소설 연구>라는 논문으로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5·18을 소재로 다룬 임철우의 <봄날>, 홍희담의 <깃발>, 윤정모의 <밤길>, 송기숙의 <오월의 미소>, 김신운의 <청동조서> 등 장·단편 39편을 △기억의 재현 △죄의식 표출 △상처의 치유라는 세 관점에서 내용분석한 결과물이다. 심씨는 “1984년~2007년 나온 5·18관련 소설이 줄잡아 100여편에 이르지만 기준범위, 발표년도, 발표지면 등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걸 보고 연구주제로 삼았다”며 “이 분야 최초인 이 논문을 밑그림으로 5·18문학사 전반을 제대로 정리해보겠다”고 말했다. 논문을 쓰면서 심씨는 소설 대부분이 ‘80년 5월 광주’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어 안타까웠다며 이제는 ‘오월 광주’가 기억의 저장소를 넘어서 인권과 평화 등 보편 가치를 지향하는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20대에 5·18을 격렬하게 체험한 심씨는 “80년대 말부터 울분과 격정을 달래려고 밤새워 소설을 읽거나 써왔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념에 기울지 않고 민중의 시각에서 접근한 문순태의 <그들의 새벽>을 사랑한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소설에 심취한 80년대 말 2년 동안 한길사의 문예아카데미에서 창작을 배웠고, 90년대 초 5월민중항쟁연합 사무차장을 지내면서 습작을 계속했다. 주로 ‘꿈이 일상을 이기지 못한다’는 화두로 5월의 현재를 천착하는 데 몰두했다. 이런 노력으로 단편 <방어할 수 없는 부재>가 94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가 2006년 5·18기념재단 5·18문학상에 각각 당선되기도 했다. 고졸이었던 그는 1999년 소설을 더 잘 쓰고싶어 문예창작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10년 동안 학업과 생업을 병행한 끝에 박사학위까지 따냈다. 박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5·18 30돌을 맞는 2010년까지 기념비적인 5·18소설을 써보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지옥같았던 광주의 체험을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아 당시 사람들이 폭력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려 얼마나 애썼는지 그려보고 싶다.” 심씨는 스물세살 평범한 회사원이던 80년 5월23일 광주 옛 동일실고 부근에서 시위대 차량을 타고가던 중 집중사격을 받고 계엄군에 붙잡혔다. 모진 구타와 고문으로 초주검이 됐으나 헬기로 광주통합병원에 후송된 뒤 가까스로 회복해 상무대영창과 광주교도소 등지에서 108일 동안 갇혀있다 풀려났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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