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팀 플래너리 교수
[이사람] 환경운동가 팀 플래너리, 시민포럼 강연
“북극 빙하 40년이면 녹아 바닷물 7m 높아져”
“북극 빙하 40년이면 녹아 바닷물 7m 높아져”
“전기 스위치를 서서히 올려 보십시요. 불은 켜지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불이 들어옵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돌연 바뀔 수 있습니다. 지질시대 화석들이 그런 격변이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기후창조자>란 책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과학저술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팀 플래너리 오스트레일리아 맥커리대 석좌교수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1회 기후변화시민포럼에서 대중강연을 했다.
기후변화는 기온이 몇십년에 1~2도 오르는 평화로운 변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런 ‘위험한 기후변화’가 해류변화, 해수면 급상승, 강수패턴 변화 등의 형태로 문명의 파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추운 나라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따뜻해져서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또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고 하면 먼 나라 얘기로 받아들이지요.”
그는 북극의 얼음이 녹는 현상을 지구가 자기조절 능력을 잃는 현상으로 보았다.
“적어도 300만년 동안 유지돼 오던 북극 얼음이 10년마다 8%씩 녹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속도가 점점 빨라져 20~40년 뒤엔 모두 녹을 전망이지요.”
빙하는 햇빛의 90%까지 우주로 반사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그 햇빛은 고스란히 바다를 덥히게 되고, 바다의 기온상승은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또 그린랜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세계의 바닷물은 지금보다 7m가 높아진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핵심은 우리가 대기의 소중함과 특징을 잘 몰랐던 데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대기는 작다. “하늘은 커 보입니다. 그러나 대기를 압축해 액체로 만들면 바다의 500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쉽게 인간활동의 영향을 받게 되는 거지요.”
우리는 대기를 “당연히 거기 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마구 오염물질을 버려 왔다. 그 결과 인류는 대기와 관련해 세번의 위기를 겪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첫째는 1970~1980년대의 산성비, 둘째는 오존층 파괴, 셋째는 지금 진행중인 지구온난화이다.
그는 프레온 가스를 발명한 독일 과학자들이 염소를 원료로 썼기에 망정이지 염소보다 오존층 파괴력이 46배나 큰 브롬을 썼더라면 인류는 진작에 재앙을 맞았을 거라고 덧붙였다.
대기의 두번째 특징은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하면서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몇 주일 뒤 아프리카의 숲이 흡수할지 모릅니다. 한 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국경을 넘어 전 지구에 영향을 끼칩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다른 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관심을 쏟을 테고, 이런 뜻을 담은 국제협약은 더 깨끗하고 효율 좋은 경제모델을 요구할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한국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언급했다.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앞으로 6~7년 뒤 정점에 도달한 뒤 2050년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추가 배출이 제로가 돼야 지구를 기후변화로부터 구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분명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이것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생산비를 최대한 낮춰 경쟁력을 얻은 한국과 같은 성장모델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그는 “이런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서 승리자는 먼저 움직인 자”라며 “녹색경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겠지만, 한국이 진정으로 이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우주에서 티끌처럼 하찮은 존재인 지구가 수십억년 동안 깨끗한 공기와 바다를 유지하며 생명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자연의 이런 기적적 역할의 일부를 이제 인간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이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것은 인류가 짊어진 엄청난 책임이자 특권입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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