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 기대수준 높아 자녀에 정서적 폭력 가능성”
가정의 소득 수준이나 가구주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가족 구성원을 괴롭히는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07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월 소득이 99만원 이하인 가정에서 가정폭력 발생률은 32.5%, 100만~199만원인 가정에선 41.7%였는 데 견줘, 200만~299만원인 가정에선 55.5%, 300만~399만원인 가정에서는 62.6%로 더 높았다. 가구주의 교육 수준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가정에서 가정폭력 발생률은 47.9%였는데, ‘대학 재학 이상’인 가정에선 54.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여성부 의뢰로 지난해 5월~올해 1월 전국 1만 가구를 상대로 이뤄졌으며, 가정폭력 범주에 신체적 폭력 말고도 폭언 같은 정서적 폭력, 방임 등까지 포함시켰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혁신본부장은 “소득 수준과 가구주 학력이 높은 가정에서 자녀 교육 욕심이 커, 학업 등을 이유로 어린이 학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이라고 풀이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자녀에게 지원을 더 할 수 있는 부모일수록 기대수준이 높은데, 그에 따라오지 못하는 자녀에게 정서적 폭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정 내 어린이 폭력 발생률은 66.9%로 3년 전 69.2%보다 낮아졌으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배우자 사이의 폭력은, 집안일을 부부가 함께 결정하는 ‘부부 평등형’ 가정에서 덜 발생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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