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 다카코 전 사회당 당수(79ㆍ왼쪽) 한승헌 전 감사원장(74·변호사ㆍ오른쪽)
한승헌 전 감사원장 ‘분단시대의 법정’ 도쿄 출판기념
“한 선생님의 존재와 그가 그동안 해온 것을 생각하면 양심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도이 다카코 전 사회당 당수(79ㆍ왼쪽)는 1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승헌 전 감사원장(74·변호사ㆍ오른쪽)의 저서 <분단시대의 법정> 일본어판 출판축하 모임에 참석해 한국의 민주화와 한 변호사의 인권변호 활동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05년 정계은퇴 뒤 공식적 모임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이 전 당수는 이날 목멘 소리로 한 변호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의원 시절 국회에서 ‘김대중 납치사건’ 등 한국 문제에 대해 자주 거론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 인물이 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 변호사의 지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 변호사가 이른바 김대중 사건을 변호하다 자신이 피고인이 된 사실만 보더라도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어떤 것이었지를 알 수 있다”며 “한국의 민주화는 목숨을 걸고 쟁취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나는 원래 겁쟁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괴로움에 처해 변호를 하다보니 100명이 넘었을 뿐”이라며 “100건 이상의 정치범 변호를 했다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독재정권의 죄이자 부끄러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고인들은 좋은 변호인을 만나는 게 행복이라고 하는데 나는 좋은 피고인들을 만나 행복했다. 그들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각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이 책으로 상을 두 개나 받았다. 벌받은 사람들을 기록해 상을 받은 것은 이상하고 죄송한 일”이라며 특유의 유머를 던져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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