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삼성의 청와대’ 해체 할까 대수술 할까

등록 2008-04-22 07:55수정 2008-04-22 15:03

특검 이후 삼성의 선택은 ②무소불위 권력 전략기획실
위기때마다 ‘구조본 간판’만 바꾸며 생존
이학수 막강 위세…투자·인사 쥐락펴락
삼성, ‘필요악’ 미련…‘수술 강도’ 저울질
“삼성의 ‘심장’인 사람들을 몰아내면 어떻게 하느냐!”

삼성 특검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등 삼성의 핵심들을 줄줄이 기소한 뒤 삼성 전략기획실 내부에선 이처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들의 위기감은 이학수 부회장 등의 퇴진이 전략기획실(전기실·옛 구조조정본부) 수장의 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해체나 대수술이라는 위상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데서 온다.

6
6

삼성그룹에서 전기실의 파워는 이 부회장이 실장(당시 본부장)으로 취임한 1997년을 안팎으로 더 막강해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특히 90년대 중반 씨제이·한솔·새한 등 계열분리 및 구조조정 문제, 이재용 전무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하며 전기실 안에서도 재무라인은 ‘핵심 가운데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인감과 통장을 전략기획실 재무라인에 맡기며, 개인재산 현황 보고도 고 이병철 회장 때와 달리 1~2년에 한번씩만 받는다고 이 실장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태평로의 삼성본관 28층엔 회장 집무실과 이 부회장 집무실, 대회의실밖에 없다.

인력 규모에서 전기실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재무라인은 계열사 전문 경영인들의 투자 결정권과 일부 인사권까지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소문 나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까지도 “특검의 여파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10세대 라인 건설’과 같은 큰 투자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삼성전자의 큰 투자는 전기실에서 결정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최도석 전략지원총괄 사장은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닌 그룹 전기실 지휘를 받는다. 최근 <삼성과 소니>를 펴낸 장세진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도 전권을 행사하는 서구식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라기보다는 이를 실행하는 최고 운영책임자 성격이 강하고, 중역회의나 이사회는 하나의 통과의례적 성격”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에서 재무라인은 전략기획실뿐 아니라 전계열사에 걸쳐 핵심에 포진해 있다. 특히 이학수 부회장을 ‘좌장’으로 한 옛 제일모직 경리 출신들이 실세다. 김인주 사장이나 최도석 사장을 비롯해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 제진훈 제일모직 대표,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비대한 권력화는 결국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사회와 같은 공식 조직보다 인맥으로 엮인 비공식 내부조직의 힘이 더 세져 조직 운용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일부 삼성 임원들은 전기실의 순기능을 내세우기도 한다. 개별 회사 차원에선 추진할 수 없는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나 계열사별 중복사업 조정과 같은 업무를 말한다. 삼성으로선 ‘필요악’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전기실, 특히 재무라인의 권한은 ‘통합’과 ‘조정’역할을 넘어선 측면이 있다. 장세진 교수는 “삼성전자 내 모든 구성원은 전기실과 이와 연결돼 있는 삼성전자 내 재무·감사 스태프 기능에 의해 계속적으로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억지로라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쌓여 있다”며 “후발주자로서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해 원가를 낮추는 데는 효과적인 조직구조였는지 모르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창의적인 리더가 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전기실 임원들에겐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명백한 ‘배임’도 ‘그룹을 위한 일’이었다는 논리로 그냥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실적이 나쁘면 ‘퇴출’이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다른 계열사 경영진들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불균형은 그룹 경영진 전체의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간판을 바꿔단 전기실이지만 지금 닥친 상황은 질적으로 다르다. 특검도 “법적으로 불확실한 조직”이라고 지적했고, 이 회장 스스로 경영체제와 인적 쇄신을 언급한 마당이다. 수뇌부나 조직의 이름 정도 교체로는 따가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움을 삼성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론의 요구뿐 아니라 글로벌 일등 기업으로서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도 삼성은 새로운 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