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잃은 축산농민 또 자살
“빚 갚고 재기 노리다 ‘쇠고기 개방’에 절망
애지중지 기른 소 죄다 폐기하고 우울증”
애지중지 기른 소 죄다 폐기하고 우울증”
5일 새벽 전남 함평의 영세 축산농인 이아무개씨를 목숨을 끊도록 한 것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이다.
이씨는 10년 전부터 축산업을 시작해 사육두 수를 18마리까지 늘렸으나, 지난해 8월 브루셀라병으로 14마리가 살처분되고 4마리를 처분한 뒤 상심에 잠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우를 입식하는 과정에서 농협·축협에서 1억여원을 융자받았으나 살처분으로 판매값의 60%만 보상을 받자 채무를 갚을 길이 없어 반년 남짓 고민해왔다. 게다가 이씨는 지난 2월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피하려고 논 4천㎡과 밭 1천㎡ 등을 처분해 부채를 갚는 등 재기할 기회를 노렸으나, 최근 수입기다려 왔으나, 최근 정부의 수입확대로 소값이 폭락하자 희망을 잃었다.
마을 주민들도 “애지중지 키워 온 소를 죄다 폐기하고 농장마저 폐쇄되면서 우울해하던 이씨가 소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죽고 싶다’거나 ‘가족들을 데리고 가겠다’며 술을 자주 마셨다”고 전했다.
이장 이관행(63)씨는 “이씨는 평소 성질이 온순하고 성실하게 살았다”며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소식을 들으면서 이제 축산업에 희망이 없다고 낙심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듯하다”고 말했다. 이웃인 나강석씨(41)는 “소 키우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던 친구였다”며 “힘든 세상과 막막한 농삿일을 비관해 가족과 함께 생을 등지려 했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우협회 함평군지부 쪽도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뒤 한우 거래값은 1주일새 30만~40만원 떨어진 반면 사료값은 30~40% 오르는 등 시시각각 한우 농가들의 숨통이 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함평/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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