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파도 참변’ 애끓는 유족
어린이날 여행길에 5살배기와 아빠 함께 휩쓸려
어버이날 앞 성묘길 초2년생·큰아버지 끝내 희생
어린이날 여행길에 5살배기와 아빠 함께 휩쓸려
어버이날 앞 성묘길 초2년생·큰아버지 끝내 희생
충남 보령시 죽도에서 일어난 참변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 2명이 있어, 어린이날을 맞은 유족들의 슬픔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과 여행을 왔다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희생자 박종호(36·충남 연기군 금남면)·성우(4) 부자의 유해가 안치된 대전 성심장례식장은 어린이날인 5일 눈물바다를 이뤘다. 눈앞에서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부인 강아무개(32)씨는 “이제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인데 어떻게, 어떻게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박씨의 아버지 박남형(65)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솟구치는 아픔을 억눌렀다. 박씨는 “내가 죄가 많아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손자를 한꺼번에 잃은 모양”이라며 “낼모레 어버이날에 찾아오겠다는 말이 생생한데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게 되다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살리려 했던 박씨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 박씨 가족 4명은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주말 여행을 갔으며, 죽도에서 물가로 내려갔던 박씨 부자가 큰 파도에 희생을 당했다.
초등학교 2년 추승빈(8)군도 큰아버지 추창열(45)씨와 함께 하늘나라로 갔다. 승빈군 아버지 추영열(43)씨는 “세 명이 함께 모여 있다가 변을 당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고모 추아무개(50)씨는 “승빈이가 공부도 잘하고 똑똑했다”며 “(몇 년 만에) 힘들게 얻은 아들이어서 동생 부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금지옥엽처럼 키웠기에 충격이 더 큰 것 같다”고 오열했다.
숨진 추창열씨와 승빈군, 그리고 승빈군 부모, 추씨 어머니 한정순(73)씨 등 5명은 4일 보령시 남포면 승빈군 할아버지 묘소에 성묘하고, 점심을 먹으러 죽도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갑자기 아들과 손자를 잃은 한정순씨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며 “숨진 큰아들이 우겨서 왔는데,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한편, 중학교 3년 박주혁(15)군도 고모부 박선규씨와 함께 숨지는 등 사망자 9명 가운데 8명이 부자, 숙질, 고모부-조카, 처남-매부 등 가족·친척들이었다.
보령 대전/박임근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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