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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5·18 노래로 ‘님을 위한 뮤지컬’ 만든다

등록 2008-05-16 18:20

김종률(50)씨
김종률(50)씨
‘…행진곡’ 지은 김종률씨 정식음반
“요즘 젊은이들이 노래 몰라 놀랐다
화석화된 역사로 잊혀질까 걱정돼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1980~90년대는 거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던 시대였다. 시위 현장에서 이 노래는 하나의 의례처럼 불렸고, 민중가요 최고의 히트곡이 됐다. 온국민의 노래가 된 이 노래를 지은 이는 누굴까? 1981년 당시 전남대 4학년이었던 김종률(50)씨다.

“81년 5월께, 소설가 황석영씨가 ‘(광주 민중항쟁) 1주년이 됐는데 무기력하게 숨어 있을 수만은 없다’며 광주의 노래패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해 2월 항쟁 지도자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노래극을 만들기로 했죠. 황석영씨 집에서 1박2일을 꼬박 새우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지은 곡에 황석영씨가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해 가사를 붙여 노래가 탄생했다.

김씨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 기타를 퉁기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1979년 대학 2학년 때에는 대학가요제에 나가 <영랑과 강진>을 불러 은상도 탔다. 그러나 ‘80년 광주’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도청 앞 상무관에 즐비한 관들을 보며 그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 안에는 함께 노래하던 벗도, 동네 이웃도 있었다. 그는 도청 사수 때 자취방에서 총소리를 들으며 괴로워했던 경험을 담아 곡을 썼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들어간 노래극은 30여분짜리 테이프로 만들어져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정작 그는 그렇게 유명해진 줄도 몰랐다고 한다. “노래극 이후 경찰이 자꾸 찾아오고 해서, 84년 바로 군에 입대했는데 6개월 뒤 휴가를 나와 보니 전국에 퍼져 있더라고요.”

어느새 노래를 지은 지 27년이 흘렀고, 그는 결국 음악 분야에서 일하게 되어 지금 외국계 음반회사인 소니비엠지의 대표이사다.


올해 초, 그는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5·18을 겪으며 썼던 100여곡의 악보를 꺼내 먼지를 털고 <님을…>을 포함해 10곡을 골라 최근 음반으로 냈다. 언젠가 음반을 내리라 생각했지만 “처음 20년간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 뒤로는 너무 바빠” 미뤄왔던 일이다.

새 음반에 들어간 <님을 위한 행진곡>은 가수 서영은(35)씨가 불렀다. “기왕이면 노래를 이해하면서 불러줄 젊은 음악인들을 찾았는데, 5·18의 상징곡과도 같았던 <님을…>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음반 작업은 오래전부터 그가 꿈꿔온 5·18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그는 “5·18이 교과서에도 실리지만, 화석화된 역사로 잊혀질까 염려된다”며 “뮤지컬로 오늘날 세대들이 ‘그 시대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항쟁 30돌인 2010년에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바람이 거칠게 불면 민들레 꽃씨는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널리 퍼지는 것이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비록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지금의 민주를 꽃피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노래를 통해 그런 의연함, 희망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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