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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막내 웃음 돌려주세요”

등록 2008-05-18 19:31

김성수(74·사진)
김성수(74·사진)
5·18 끝나지않은 이야기
계엄군에 아내 잃고 딸 척추 다쳐
28년간 진상 규명 등 투쟁 앞장서

“여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16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5·18부상자인 김성수(74·사진)씨의 손에는 13년 전 눈을 감은 아내 김춘화씨한테 바칠 국화꽃 한다발이 들려있었다. 묘비를 어루만지며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그의 눈가에는 이내 붉은 눈물이 맺혔다.

“어이 너무 외로워 마소. 막내 래향이만 짝지어 주면 자네 곁으로 감세.”

1980년 당시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46살의 가장이었다. 고향인 전남 진도와 광주를 오가며 4.5t 화물차를 운전해 부인과 아들 둘, 딸 일곱을 먹여 살렸다. 그해 5월19일 새벽 그는 서울에서 가구를 싣고 광주에 도착했다. 이틀 동안 광주역 부근 사무소에서 계엄군의 폭력 진압을 보면서 오도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었다. 사흘째인 22일 조수석에 아내(당시 43살)와 막내딸 래향(당시 5살)을 태우고 아이들만 남겨두고 온 진도로 향했다. 계엄군의 봉쇄로 곳곳이 막혀 이리저리 돌던 김씨 일가는 이날 오전 10시 각화동 광주교도소 옆 검문소에 멈췄다. 공수부대원들의 명령에 밀려 막 차를 돌려 출발하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수십발의 총성이 울렸다.

“악몽이었어요. 공수부대는 왜 다섯살짜리 어린애한테까지 총질을 했을까요.”

그가 깨어난 곳은 전남대병원 응급실이었다. 그는 허리에 파편이 박혔고 아내는 머리, 막내는 척추에 총상을 입었다. 아내는 세차례 봉합 수술을 했지만 뇌를 다친 후유증이 심해져 85년 끝내 숨지고 말았다. 막내는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척추에 박힌 파편은 아직도 제거하지 못한 상태다. 어느새 33살인 막내는 지금도 서울의 언니 집에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기구한 28년 생활을 회고한 그는 아내의 무덤을 떠나며 혼잣말처럼 되뇌였다.

“여태껏 학살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 책임자 처벌 등 온갖 투쟁에 앞장섰어요. 폭도라는 누명은 벗었지만 다 부질없어요. 막내의 슬픈 눈동자를 볼 때마다 울컥 목이 메는 걸요. 어떻게 하면 사랑스런 우리 막내한테 웃음을 돌려줄 수 있을까요.”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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