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6·10 100만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10일 새벽 서울 세종로 들머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장벽 뒤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컨테이너 사이를 용접하고 쇠줄을 땅에 박아 고정시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세종로 등 3곳 60개 쌓아 청와대 진입로 봉쇄
어청수 부산경찰청장 시절 아펙접근 차단 사용
어청수 부산경찰청장 시절 아펙접근 차단 사용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네거리와 안국동 한국일보사 앞 등에는 난데없이 대형 컨테이너들이 큰길 한가운데 육중한 몸을 과시하듯 설치됐다. ‘6·10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고자 경찰이 전경버스 대신 컨테이너를 이용해 차단벽을 친 것이다.
세종로 네거리 이순신 동상 앞에는 가로 12m, 높이 2.7m, 무게 4t짜리 컨테이너 20개가 2층으로 놓였다. 청와대로 향하는 또다른 길목인 안국동 한국일보사 앞에는 가로 6m, 높이 2.7m짜리가 24개, 적선동 쪽엔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가 16개가 설치돼 컨테이너는 모두 60개에 이르렀다. 경찰의 ‘컨테이너 봉쇄작전’은 이날 새벽 1시께부터 시작돼 오후 1시께에는 청와대로 향하는 주요 길목이 컨테이너로 철의 장막이 쳐졌다.
경찰은 또 지게차를 이용해 컨테이너 안에 모래를 가득 퍼담았다. 컨테이너가 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것도 모자라 컨테이너끼리 용접을 했으며, 각 컨테이너에는 철심까지 단단히 박았다. 또 뒤편으로는 컨테이너가 끌려가지 않도록 쇠줄을 연결해 바닥에 다시 한번 고정시켰다. 시위대가 컨테이너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윤활유까지 바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세종로에서는 한때 윤활유를 바른 태극기로 컨테이너 일부를 감쌌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자 2시간여 만에 철거하기도 했다. 컨테이너는 지난 9~10일 이틀에 걸쳐 인천에서 옮겨졌다. 이날 새벽 서울로 들여오는 과정에서는 구간마다 관내 경찰서에서 순찰차로 호송했다.
경찰이 대규모 시위대를 막기 위해 도로에 컨테이너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가 열린 2005년 11월 부산에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부산경찰청장이 현 어청수 경찰청장이다. 어 청장은 시위대가 아펙 회의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자 회의장으로 향하는 수영강변 모든 다리에 컨테이너 장벽을 만들도록 했다. 당시 시위대는 밧줄을 이용해 컨테이너 벽을 무너뜨리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도 아펙 회의장으로 가까이 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어영 최상원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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