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 수사관련 금품흐름도
선수 급여·용품비 등 수억원대 가로챈 혐의
국가대표팀 감독 등 수사…올림픽 앞두고 파문
국가대표팀 감독 등 수사…올림픽 앞두고 파문
현직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한국 배드민턴계 주요 인사들이 여러 해 동안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한 달 보름여 남짓 앞둔 상태에서 배드민턴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경찰청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현직 감독 ㄱ씨와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 ㅂ씨 등이 선수 급여와 운동용품비, 대회 출전비 등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돈을 준 전남배드민턴협회 임원인 또다른 ㄱ씨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대전배드민턴협회 전 임원 김아무개씨의 비리를 수사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들의 범죄 혐의를 잡고 수사를 확대했으며, 배드민턴 체육특기자들의 대학 입학과 관련한 비리 제보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대표 감독 ㄱ씨는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전남의 한 군이 지급한 운동용품비 가운데 7천여만원을 횡령하고, 보조금 5천만원과 이 군 소속 선수 급여 1300만원 등을 가로채는 등 모두 1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ㄱ씨의 계좌를 압수수색해 전남배드민턴협회 임원이자 배드민턴 용품점을 운영하는 또다른 ㄱ씨가 이 군청이 지급한 용품비의 일부를 ㄱ씨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 ㅂ씨는 전남배드민턴협회 임원을 겸직하면서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운동용품비 4500만원과 보조금 5천만원, 전남도민체전 등 각종 경기에 나선 선수 급여 1억여원 등 2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 지역 초·중·고교와 군청의 전·현직 배드민턴팀 감독과 코치, 선수 등 10여명도 수사하고 있다. 이 군의 초·중·고교 감독 ㅇ씨 등은 1∼4년 동안 한 배드민턴 용품점에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용품비를 남겨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군의 배드민턴팀 ㄱ감독, ㅇ코치, 일부 선수들은 △선수 이적료 챙기기 △퇴직한 선수를 소속 선수로 꾸며 급여 받기 △부상당해 산업재해 수당을 받으면서 소속 자치단체에서 급여 받기 △거짓으로 선수·코치로 등록해 급여 받기 △운동용품비를 받아 가로채기 등 수법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를 사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선수들은 급여나 경기출전비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불이익을 우려해 이를 밝히지 못했으며, 배드민턴팀을 운영하는 자치단체는 운동용품비, 경기출전비 등을 지급한 뒤 사후 정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관계자는 “관련자 계좌와 배드민턴팀을 운영하는 자치단체의 선수 급여와 대회 출전비, 수당 지급 서류 일체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중에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해 한국 대표팀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끼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ㄱ 감독에게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외국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배드민턴협회 쪽은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전/송인걸, 송호진 기자 igsong@hani.co.kr
대전/송인걸, 송호진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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