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구속되기 전 회사 집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옥중 인터뷰 당시 사진 촬영은 금지돼 나우콤 쪽에서 제공 받았다.
‘아프리카’ 문용식대표 옥중 인터뷰
“피디박스 저작권법 위반은 논란이 있는 다툼”
“전격 영장 청구는 촛불 생중계 괘씸죄” 주장
“피디박스 저작권법 위반은 논란이 있는 다툼”
“전격 영장 청구는 촛불 생중계 괘씸죄” 주장
“현 정부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대한 몰이해와 촛불집회를 생중계한 ‘아프리카’에 대한 괘씸죄가 합쳐져 구속된 것입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중인 문용식(49·[사진]) 나우콤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교도관이 지켜보는 면회소 유리창 너머로 구속의 부당성을 강변했다. 문 대표는 지난 16일 나우콤이 운영하는 웹스토리지 서비스인 클럽박스·피디박스가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다른 업체 대표 4명과 함께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합법성을 두고 논란이 있는 저작권 다툼인데, 무리한 법리를 적용해 나를 구속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웹스토리지 사업으로 인해 저작권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지만 이는 민사상 과실로 보상의 문제이고, 서비스 업체 대표를 구속한 것은 나라 안팎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저작권 위반 사례인 소리바다1과 벅스뮤직 때도 모두 불구속 수사로 진행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소리바다1과 벅스뮤직 때도 모두 불구속 수사”
“담당 검사가 나우콤이 가장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 있는 업체라고 인정한 바 있다”는 그는 “검찰에서 수사 받을 때와 분위기 확 바뀌어 갑자기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 괘씸죄로 판단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나우콤 쪽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불법자료를 대량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전혀 없었고 잠재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광고집행 실적도 전무하다고 밝혔다. ‘괘씸죄’의 배경은 “온라인에서 또 하나의 촛불시위 광장이 된 아프리카 때문”이라고 문 대표는 잘라말했다. “아프리카는 온오프 경계가 없는 촛불집회 현장이었다. 시청 앞에 모인 10만명만 촛불집회 참석자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통해 시청한 사람이 하루 최대 127만명인데 이들이 모두 동참자다. (정부 쪽이) 얼마나 뜨악했겠나.” 지난달 3일부터 아프리카에서 중계된 촛불집회 채널은 2만개에 이르고, 현재까지 누적시청자는 800만명이 넘는다고 나우콤 쪽은 밝혔다.
“디지털 문화 향유권, 저작권과 함께 보장해야”
자신의 구속이 현 정부의 인터넷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신호탄이라고 단언한 그는 “여기서 무너지면 포털이나 네티즌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며 “나우콤의 서비스가 불법이면 구글의 유튜브가 어떻게 합법 서비스냐”고 되물었다.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적용되던 법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고쳐, ‘디지털 문화 향유권’을 저작권과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블로그에 글을 퍼가거나 배경 음악을 올리도 처벌하는, 모든 누리꾼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악법이다. 누리꾼에게 디지털 문화 향유권을 줘야 하고, 저작권 관련 사업을 하는 전자제품업체, 네트워크업체, 포털, 콘텐츠업체들이 적절한 세금이나 기금을 내야 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막으려 해도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피해를 100%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세금·기금을 내어 저작권 관리업체나 신탁기금에 맡기고 합법적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것만이 21세기에 맞는 저작권보호법이다.” “아프리카 대표로 오해 받을까봐 촛불집회 안 나가” 두번째 인터뷰는 20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와 함께 특별면회를 통해서 이뤄졌다. 특별면회는 유리벽으로 차단된 10분짜리 일반면회와 달리, 얼굴을 대면하고 좀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날 면회에서 “비가 와 잠자리가 춥다며 담요를 넣어달라”던 문 대표의 혈색이 한결 좋아졌다. 이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촛불집회에 대해 아주 감상적 표현을 했더군요”라며 전날 이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언급하자, 그의 얼굴에 순간 미소가 스쳤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봤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이 있던데, 이건 이 대통령의 저작권법 위반 아닌가요?” 유머를 잃지 않은 문 대표의 여유에 구치소 안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피시통신 나우누리 시절에도 해프닝이 있지 않았나? “1996년 경찰이 한총련 회원전용 방(CUG)을 압수수색하겠다며 안내해달라고 해서, ‘한총련 방’이 사무실 안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 상의 가상공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안 쪽이 인터넷과 통신 등 새 기술 환경에 뒤떨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시위 중계도구로 쓰일 것이란 예상을 했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대중화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우콤에서 아프리카 서비스를 기획한 팀은 와이브로와 인터넷 생중계의 결합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대형사고 중계나 야구장에서의 개인방송 등의 용도로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촛불집회에 참석해봤나. “아프리카 대표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안 나갔다.” -웹하드 서비스는 불법음란물 유통의 주요 통로인데? “음란물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기술적 노력을 기울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회적 행동 수단이 되리라고 예상했나. “당연하다. 피시통신과 인터넷이 미디어이기 때문에 여러 사회적 갈등을 담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뉴미디어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더 잘 사용한다.” “보수권력, 인터넷의 기본철학, 문화, 감성 호흡도 못해” “산업혁명이 민주주의를 불러오고 텔레비전이 대중문화시대를 열었듯, 사회의 근본적 변화는 기술이 가져다준다”고 그는 믿는다.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대해 그는 “보수권력은 정말 안되겠다. 시대를 이끌어가기는커녕 뒤쫓아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의 기본철학, 문화, 감성을 호흡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시국사범이던 그에게 저작권법을 어기고 경제사범이 된 감회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안의 본질은 비슷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시국사범이었을 때나, 인터넷시대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지금이나 낡은 시대의 규제와 법의 지배와 싸우고 있다. 이를 뚫고 나가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전투적 모드가 23년 전이랑 똑같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대에 적용되던 법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고쳐, ‘디지털 문화 향유권’을 저작권과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은 블로그에 글을 퍼가거나 배경 음악을 올리도 처벌하는, 모든 누리꾼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악법이다. 누리꾼에게 디지털 문화 향유권을 줘야 하고, 저작권 관련 사업을 하는 전자제품업체, 네트워크업체, 포털, 콘텐츠업체들이 적절한 세금이나 기금을 내야 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막으려 해도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피해를 100%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세금·기금을 내어 저작권 관리업체나 신탁기금에 맡기고 합법적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것만이 21세기에 맞는 저작권보호법이다.” “아프리카 대표로 오해 받을까봐 촛불집회 안 나가” 두번째 인터뷰는 20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와 함께 특별면회를 통해서 이뤄졌다. 특별면회는 유리벽으로 차단된 10분짜리 일반면회와 달리, 얼굴을 대면하고 좀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날 면회에서 “비가 와 잠자리가 춥다며 담요를 넣어달라”던 문 대표의 혈색이 한결 좋아졌다. 이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촛불집회에 대해 아주 감상적 표현을 했더군요”라며 전날 이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언급하자, 그의 얼굴에 순간 미소가 스쳤다.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봤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이 있던데, 이건 이 대통령의 저작권법 위반 아닌가요?” 유머를 잃지 않은 문 대표의 여유에 구치소 안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피시통신 나우누리 시절에도 해프닝이 있지 않았나? “1996년 경찰이 한총련 회원전용 방(CUG)을 압수수색하겠다며 안내해달라고 해서, ‘한총련 방’이 사무실 안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 상의 가상공간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안 쪽이 인터넷과 통신 등 새 기술 환경에 뒤떨어져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시위 중계도구로 쓰일 것이란 예상을 했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대중화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우콤에서 아프리카 서비스를 기획한 팀은 와이브로와 인터넷 생중계의 결합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대형사고 중계나 야구장에서의 개인방송 등의 용도로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촛불집회에 참석해봤나. “아프리카 대표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안 나갔다.” -웹하드 서비스는 불법음란물 유통의 주요 통로인데? “음란물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기술적 노력을 기울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회적 행동 수단이 되리라고 예상했나. “당연하다. 피시통신과 인터넷이 미디어이기 때문에 여러 사회적 갈등을 담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뉴미디어는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더 잘 사용한다.” “보수권력, 인터넷의 기본철학, 문화, 감성 호흡도 못해” “산업혁명이 민주주의를 불러오고 텔레비전이 대중문화시대를 열었듯, 사회의 근본적 변화는 기술이 가져다준다”고 그는 믿는다.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대해 그는 “보수권력은 정말 안되겠다. 시대를 이끌어가기는커녕 뒤쫓아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의 기본철학, 문화, 감성을 호흡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시국사범이던 그에게 저작권법을 어기고 경제사범이 된 감회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안의 본질은 비슷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시국사범이었을 때나, 인터넷시대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지금이나 낡은 시대의 규제와 법의 지배와 싸우고 있다. 이를 뚫고 나가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전투적 모드가 23년 전이랑 똑같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