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5·18 수배자? 그이 별명이 ‘합수’ 였어요

등록 2008-06-27 18:42수정 2008-06-30 16:07

지난해 6월30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합수’ 윤한봉씨가 영정 속에서 밝게 웃음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해 6월30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합수’ 윤한봉씨가 영정 속에서 밝게 웃음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윤한봉기념사업회 이사장 맡은 문규현 신부
< ‘합수’ = 똥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자신 낮추고 민중과 함께 살고파” 즐겨 써
1주기 맞아 오늘 출범…평전 사업 등 펼쳐

“순수하고 소박했던 ‘합수’의 웃음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28일 출범하는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의 이사장을 맡은 문규현(63·전주 평화동 성당·왼쪽) 신부. 문 신부는 꼭 1년 전 세상을 떠난 윤씨의 파란만장했던 인생행로를 되짚으며 “이제 슬픔을 털고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일들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1987년 미국 뉴욕에서 ‘5·18의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을 처음 만나 의기투합했다. 그는 메리놀 신학대학원에 유학 중이었고, 망명자 윤한봉은 재미한국청년연합을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민족 문제를 두고 토론을 하다 깊은 동지애를 느꼈고 금세 허물없는 벗처럼 지내게 됐다.

“89년 8월 평양축전에 임수경씨가 참가했잖아요. 판문점을 넘어 돌아온다는데 남쪽 당국에서 그대로 가만 두겠냐고 국내외에서 의견이 분분했죠. 내가 방북해서 임수경씨랑 동행하겠다고 했을 때 계획을 지지하고 도와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문 신부는 “그는 93년 수배가 풀려 귀국한 뒤에도 5·18의 대동정신과 항쟁정신을 구현하는 데만 온몸을 던졌지요. 세상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자신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어요. 오죽했으면 별명을 ‘합수’로 붙였겠어요.”

합수는 ‘똥’의 전라도 사투리다. 윤씨 자신도 생전에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민중과 더불어 살겠다’는 뜻이라며 이를 즐겨썼다.

이런 윤씨의 정신을 이어가려고 선후배들이 지난 1월부터 세 차례 준비모임을 열고 전국에서 50여명을 모아 기념사업회를 꾸렸다. 고문으로 함세웅·김지하·정해숙·백기완씨 등이, 이사로 최권행·이학영·손호철·정찬용·박화강·이강·홍성담·홍희담·김희택씨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 △윤한봉 문집·평전 발간 △유품·자료·기록 수집 △윤한봉 학교 설립 등의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신학철·임옥상·김경주·허달용씨 등 화가 40여명도 2일부터 일주일 동안 광주 5·18기념재단에서 추모그림전을 열어 사업회의 종잣돈을 보탠다.

윤씨는 70년대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고, 80년 5·18의 배후로 수배되자 이듬해 4월 미국으로 밀항했다. 이후 12년 동안 재미한국청년연합과 민족학교를 설립해 활동하다 93년 돌아와 5·18기념재단 운영과 들불열사 기념사업을 뒷바라지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지병으로 숨진 뒤 그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