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하혈’ 불구 시설 억류…인권단체 석방 촉구
법무부가 최근 임신 8개월인 여성까지 붙잡아 추방하려다 인권단체 등의 비판이 불거진 뒤에야 풀어줘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와 인권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필리핀에서 온 미등록 외국인 샤론(37·여)이 지난 3일 경기 남양주시 자신의 집을 찾아온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단속됐다. 임신 8개월째였던 샤론은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하혈해 병원에서 진단받은 뒤 다음날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소 보호실로 옮겨졌다. 서울출입국관리소에는 의료진이 없다. 샤론의 남편도 이틀 뒤 단속으로 붙잡혔다. 법무부는 최근 할당 목표까지 정해 미등록 외국인 단속에 나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한겨레> 5월21일치 10면])
이주공동행동, 외국인 이주·노동협의회 등은 7일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나친 불법 단속이 반인권적인 임신부 단속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국염 이주여성인권센터 소장은 “모성 보호는 국제협약이나 국내법 모두 엄격하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먼저 샤론이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숙자 남양주 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샤론을 보호 해제(석방) 조처하고 인권을 외면한 출입국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출입국관리소 김선오 실장은 “항공사 규정에 ‘임신 32주 미만은 일반인과 동일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출국 조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날 오후 늦게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샤론과 그의 남편에게 여섯 달 동안의 일시 보호 해제 조처를 내리며 풀어줬다.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출입국관리소 보호실에 임신 5개월째인 베트남 여성과 태어난 지 4개월 된 아이를 밖에 둔 여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상황 판단 없이 무조건 내보내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울출입국관리소 문화춘 조사1과장은 “임신부가 단속됐을 때 출산하기를 기다려 추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비인권적 단속 및 강제 추방과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노숙 농성에 나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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