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군부대서 산사태로 장병 2명 사망
도로 낙석·침수, 국립공원 등산로 통제
항공기 결항…북한강 수계 댐 수위 조절
도로 낙석·침수, 국립공원 등산로 통제
항공기 결항…북한강 수계 댐 수위 조절
24일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지역에 최고 277㎜의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양구지역 군부대 장병 2명이 막사주변 물길작업중 산사태로 숨지고, 경기 양주에서 배수작업을 하던 주민 1명이 급류에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또 폭우로 산간 마을주민 90여명이 고립됐고, 가옥과 도심의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가 하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건물의 지붕이 폭우로 주저앉았다.
이밖에 폭우로 일부 항공기가 결항되고 국립공원 등산로도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인명 피해 = 24일 오후 6시 20분께 강원도 양구군 남면 적리 인근 육군 모 부대에서 산사태가 발생, 장기만(24) 하사와 전중일(22) 병장 등 장병 2명이 매몰돼 숨졌다.
장 하사 등은 이날 내리던 집중폭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소속 부대 막사 주변 울타리 부근에서 물길트기 작업을 하던 중 인근 산에서 갑자기 밀려든 토사가 덮치는 바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오전 8시께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1리 용암천 상류에서 공장에 스며든 빗물 배수 작업을 하던 D물산 직원 유모(55) 씨가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이날 오전 10시 59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주택가 절개지의 옹벽(높이 3m,폭 2.5m) 일부가 무너지면서 현장을 점검하던 의왕시청 직원 박모(33) 씨와 주민 서모(77.여) 씨 등 5명이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30여분 만에 구조됐다.
또 가평군 북면 하천변에서는 행락객 2명이 고립됐다 119 구조대원들에 의해 안전지대로 옮겨졌고, 홍천군 서면 모곡리 청구유원지 잠수교에서 트랙터를 탄 채 급류에 떠내려가던 김모(40) 씨 등 4명도 119대원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침수.붕괴 및 마을고립 =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경기 고양 65가구, 파주 28가구, 김포 20가구, 광주 21가구 등 경기지역에서 반지하 및 저지대 주택 176채가 하수관 역류로 침수됐다.
특히 이날 오후 2시께 강원 원주지역에 200㎜에 가까운 집중폭우가 쏟아져 지정면 월송리 다래 마을로 연결된 교량이 침수돼 이 마을 42가구 95명의 주민이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됐다.
또 인천 계양구 동양동 주공1단지 앞 서부간선수로에서는 높이 4m의 둑 60m 가량이 집중호우로 침하했으나 다행히 물이 넘치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다.
인천국제공항 항공화물터미널 내 AACT(Atlas Air Cargo Terminal) 건물의 지붕 일부가 폭우로 주저앉아 철골 벽면 하나가 15도 가량 기우는 사고로 4t 크레인 1대가 파손됐으나 다행히 인명 및 항공화물 피해는 없었다.
이밖에 이날 오전 강원 춘천시 우두동 신사우로 인근 아파트 공사현장 앞 도로 30m 가량이 물에 잠겨 주변의 농자재 상점을 비롯한 일부 가옥이 침수됐다.
◇도로통제.항공기 결항 = 집중폭우로 낙석이 발생, 차량통행이 부분 통제되는가 하면 항공기 결항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강원 정선군 남면 문곡리 마차재 인근 38번 국도 도로공사 현장과 원주시 문막읍 반계저수지 인근 328번 지방도에서 각각 토사 등이 도로를 덮쳐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또 오전 11시 30분께는 춘천시 북산면 청평1리 인근 군도 8호선 도로가 10~15m 가량 침하했고,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서천리 구간 7㎞ 강변도로로 의암댐 방류로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이밖에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국립공원 내 주요 등산로도 이날 오전부터 입산이 전면 통제되고 있으며 원주~제주 간 대한항공 항공기(KE1851) 1편도 결항됐다.
◇댐 수위조절 = 집중호우로 북한강 수계의 댐들도 일제히 수문을 열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한강수력발전처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 팔당댐의 수문 10개를 54m 높이로 열고 초당 1만2천923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또 청평댐과 의암댐은 유입 수량이 점차 늘면서 각각 초당 5천916t과 4천180t을 방류하고 있으며, 춘천댐도 수문 12개를 열고 초당 3천663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현재 강우량은 강원 횡성 277㎜, 철원 228㎜, 원주 문막 203.5㎜, 춘천 북산 211.5㎜, 화천 210.5㎜, 양구 215.5㎜를 비롯해 경기 가평 268㎜, 동두천 264㎜, 김포 233.5㎜, 의정부 218㎜, 평택 179.5㎜ 등을 기록했다.
이 시각 현재 경기지역에 발효된 기상특보는 모두 해제되는 등 집중호우가 다소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강원 속초와 양양 등 2개 시군에는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며, 강원 강릉.삼척.고성.영월.평창.정선, 충북 충주.제천.단양, 경북 봉화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이며 25일까지 40~120 ㎜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한편 각 시.군 등 재해재난 관리본부는 침수 지역에 양수기와 중장비, 인력 등을 긴급 투입해 배수와 피해 복구에 나섰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 (수원.양주.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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