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요구…5월 3∼17일 199건 심의 요청도
경찰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포털 게시물들을 모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포털 사업자들한테는 특정 게시물을 언급하며 사실상 삭제하도록 압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도 사이버 범죄 예방과 단속 차원에서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방통위 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정부 비난 등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이유로 인터넷 게시물 관리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5일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제4차 방통심의위원회 정기회의(5월28일 개최) 발언내용’을 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같은달 3~17일 사이에 8회에 걸쳐 모두 199건의 게시물을 방통심의위에 제출해 삭제 대상 여부 심의를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이 가운데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55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144건에 대해 포털사이트 운영사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포털업체는 이 중 61건을 삭제하고, 나머지 83건은 그냥 뒀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경찰청으로부터 시국이나 대통령 비방 관련 신고가 많이 들어왔고, 199건이 대다수 그런 내용이었다”며 “지금도 어청수 경찰청장 비난 게시물 등의 심의 요청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박행석 방통심의위 통신심의국장은 “당시 전체 회의에서는 모든 게시물을 심의할 수 없어 어느 정도 대표성이 있는 글을 안건으로 올렸다”며 “나머지 80여건의 게시물은 소위원회 넘겨 ‘해당 사항없음’, 또는 ‘삭제’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또 지난 5월 주요 포털업체들에 전자우편을 보내 이명박 대통령 비난 등 시국 관련 게시물들에 대해 내부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에 게시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한 동영상(UCC)이 30일 동안 삭제됐다가 복원되기도 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