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의 심각성과 창작자의 심정 알게 됐다.”
“나도 고교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려서 금연아카데미로 보내진 적이 있어, 교육에 참석한 여러분 기분을 이해한다.”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과 검찰을 거치며 조사를 받아오며 적지않게 마음고생을 해온 청소년들 앞에서 싸이더스 에프엔에이치 공동대표인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저작권아카데미에서는 저작권법을 어긴 21명의 청소년들이 저작권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제의 첫 대상자로 교육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고교생으로 인터넷에서 영화나 소설 등을 불법으로 내려받거나 올렸다가 저작권자의 위탁을 받은 법무법인의 고소로 인해 기소 대상이 된 학생들이다.
차 대표는 “여러분들도 피해자로, 어른들이 환경을 잘 만들고 교육을 시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영화 1편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며 영화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 노력을 얘기했다. 차 대표는 “지난해 100여편 만들어지던 한국영화가 올해에는 30편에 그칠 것이고, 1년에 13개 작품까지 만들던 싸이더스도 올해는 1편밖에 못 만들고 있다”며 “87%에 이르는 극장매출 의존도를 외국처럼 50%대로 낮추고 부가판권 시장이 튼튼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불법 시장으로 인해 한국영화 제작기반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은 여러분들도 알게모르게 참여한 작은 데서부터 시작됐다”며 청소년들의 도움을 부탁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한 학생은 “처음에는 처벌의 일환이라 여겨져 어색했지만, 저작권의 심각성과 창작자의 심정을 잘 알게 됐다”며 “기소 대상자만이 아닌 일반 학생들도 이런 저작권 교육을 받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는 비영리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청소년들에 한해 검찰과 문화체육청소년부의 협조를 통해 저작권 교육을 받으면 기소를 미뤄주는 제도로, 교육은 저작권의 개념, 창작자와의 만남, 저작권 체험활동 등에 관해 8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격월로 시범프로그램을 진행한 뒤에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