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방송>이 보도한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 성매매 호텔 운영’ 동영상이 경찰 요청으로 유튜브에서 접근이 차단돼 ‘회원님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동영상입니다’라는 글귀가 나타나고 있다. 한 누리꾼이 지난 22일 새로 올린 관련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운영사 구글, 서비스 변경·포기 갈림길
정부 규제 확대로 한때 ‘사이버 망명지’
정부 규제 확대로 한때 ‘사이버 망명지’
세계적 인터넷 업체 구글이 한국에서 ‘실명제의 덫’에 빠졌다.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가 인터넷 실명제 대상이 된 것이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실명제를 따르냐, 서비스를 변경·포기하느냐 갈림길에 서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해 실명제 대상을 기존의 하루 평균 방문자 30만명에서 10만명 이상의 언론사·포털·유시시 사이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8월 둘째 주 현재 주간 방문자 80만명이 된 유튜브도 내년부터 인터넷 실명제 적용대상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외 사이트라고 예외가 인정될 수는 없다”며 “청소년 보호책임자 지정 등 구글이 한국의 규제를 받아들인 선례가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개인정보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거나 댓글을 달기 위해 필요한 구글 계정은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이사는 “구글의 글로벌한 원칙은 현지법을 존중하되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실명제 대상 사이트가 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에서 구글이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글로벌 이미지를 중시하는 구글이 한국에서만 실명 확인을 거친 접속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구글로서 상당한 부담이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구글이 오늘의 구글이 된 이유는 구글 고유의 신뢰와 원칙 때문”이라며 “한국 시장의 비중이 높지 않은 구글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모토를 내건 구글은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검열을 수용해, 국제적 비난을 받고 검색업체로서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바 있다.
올해 초 한국어 사이트를 내놓은 유튜브의 방문자는 1월 23만명에서 7월 290만명으로 늘었다. 촛불집회와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강화를 거치며 구글와 유튜브는 누리꾼들로부터 ‘사이버 망명지’로 불리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구글코리아 쪽은 최근 검찰 수사대상이 된 <조선일보> 광고주 리스트의 삭제 요청에 대해서도 “미국 본사와 검토한 결과 구글 사용자 정책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는 지난 대선 때 국내 포털에서 삭제된 박영선 의원의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케이 인터뷰 동영상이 올라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포털에서 삭제된 이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부채질 동영상(http://kr.youtube.com/watch?v=K_UTzzx_8nQ)이 올라가 34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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