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수급자, 연금만큼 소득보장 줄어
5년 뒤엔 기초생활비서 전액 차감
“품만 더 든다” 수급포기 권유 일쑤
5년 뒤엔 기초생활비서 전액 차감
“품만 더 든다” 수급포기 권유 일쑤
홍아무개(73·경기 화성시)씨는 지난 6월 한 달에 8만4천원씩 나오는 기초노령연금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해 읍사무소에 냈다. 5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된 홍씨 부부에게 이 연금은 아무런 혜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넉 달 남짓 재산·소득 실사를 거쳐 결정된 기초생활비는 매달 28만여원. 이들은 연금 8만4천원에 기초생활비를 합쳐 36만여원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기초생활비에서 연금 8만4천원은 고스란히 삭감한다는 것이다. 홍씨의 아내(65)도 다음달부터 연금 대상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부부의 연금은 13만4천원이지만, 늘어나는 5만원만큼 기초생활비가 또 삭감된다.
홍씨는 “연금을 타려면 별도로 재산·소득 실사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비용 부담만 된다”며 “담당 공무원도 귀찮기만 하니 연금 포기 각서를 쓰라고 서식을 내주더라”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이 노인 빈곤 완화와 노후보장 사각지대 해소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노인 빈곤층에게는 혜택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 부담만 주고 있다.
22일 보건복지가족부의 관련 지침을 보면, 65살 이상 노인 500만여명 가운데 기존의 기초수급자 40만명은 기초생활비와 경로연금으로 입금되던 돈이, 기초생활비와 기초노령연금으로 명목과 비율만 바뀌었을 뿐이다. 더구나 저소득층 노인에게 다달이 4만~5만원을 주던 경로연금을 폐지하면서, 홍씨 부부처럼 올해 새로 기초수급자가 된 노인들은 지난해라면 추가로 받았을 경로연금을 못 받게 돼 혜택이 오히려 줄었다. 복지부는 기존 기초수급자의 경우 올해 당장은 소득이 줄지 않도록 기초생활비에서 연금을 일부만 차감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마다 차감 폭을 늘려 5년 이내에 전액을 차감한다.
때문에 일선 동·읍사무소 공무원들은 행정 부담을 줄이려 기초노령연금을 포기하라고 권유하기까지 한다. 연금을 타려면 금융정보제공 동의서 등을 내야 하는데, 괜한 노력만 들 뿐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노인 7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준다고 홍보해 왔지만, 사실 10%에 가까운 노인 기초수급자는 혜택에서 빠지는 ‘허수’다.
게다가 중앙 정부가 연금 재정 부담의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기면서, 지자체들이 저소득 노인 복지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노인 취약 계층 보호막은 더 약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현 세대 빈곤 노인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장은 “노인 빈곤층의 경우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을 뒤섞어 운영할 게 아니라 통합하고, 적정한 최저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영곤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기초노령연금 도입 이후, 기초수급자 노인은 경로연금만큼의 소득보장은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재정 문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홍아무개씨 부부의 최근 기초생활보장 및 기초노령연금 수급 내역
이에 따라 현 세대 빈곤 노인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장은 “노인 빈곤층의 경우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을 뒤섞어 운영할 게 아니라 통합하고, 적정한 최저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영곤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기초노령연금 도입 이후, 기초수급자 노인은 경로연금만큼의 소득보장은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재정 문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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