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노출된 이통사 가입자 개인정보
900여명 주민번호·계좌까지 인터넷 떠돌아
다단계업체서 유출…대리점 감독소홀 탓 커
다단계업체서 유출…대리점 감독소홀 탓 커
초고속 인터넷업체들의 무더기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도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이 일어났다.
29일 오후 6시 현재 구글 검색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이나 주소 일부를 입력하면, 통신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가 입력한 이동통신 가입자 900여명의 개인정보가 상세히 정리돼 있는 문서가 검색된다. 이 문서([사진])에는 고객이 통신 서비스에 가입을 위해 적어낸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신용카드 종류와 번호, 심지어 결제은행 계좌번호까지 표로 정리돼 있다. 통신 서비스 가입을 위한 상세한 개인정보가 수백명씩 표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유출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 정보는 3개월 가량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노출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신규 가입 모집 금지라는 징계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노출된 개인정보들은 <한겨레> 취재가 시작된 뒤 약 1시간 뒤부터 모두 삭제됐다.
한 피해자는 “지난 22일 무점포로 영업을 하는 친구를 통해서 가입했는데 이렇게 황당한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노출된 개인정보 파일은 ‘에스케이티 전략대리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단계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업체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은 곳에서는 전략대리점이란 것 자체가 없으며, 회사 이름을 도용한 업체의 부당한 영업 방식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다단계 통신상품 판매업체는 다른 통신사업자의 가입자도 유치하고 있다.
이번 정보 노출은, 이통통신사업자들의 대리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과 다단계 업체가 보안의식 없이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려놓은 데 원인이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대리점에서 가입할 때 계약서를 사본 없이 1장만 만들어 전자문서로 전송하고, 계약서는 가입자에게 되돌려주는 등 개인정보 보호를 크게 강화했다”며 “개인정보는 출력이 불가능하고, 열람하려면 절차를 밟아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대리점을 통한 유출은 힘들지만 대리점과 별도로 개인정보를 모으고 유출한 다단계 업체까지는 감독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개인정보 취급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손해 발생 때 통신서비스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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