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에 유흥업소가 입주한 것’을 꼬집는 합성 사진(사진)
시민단체 포스터 ‘희화화 사진’ 무리한 간섭
성매매 반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에 유흥업소가 입주한 것’을 꼬집는 합성 사진(사진)을 홈페이지에 실은 뒤 여성부와 동대문구청 등의 집요한 삭제 요청에 시달린 끝에 결국 사진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성매매를 그만둔 여성의 자활을 돕는 단체인 ‘이룸’은 지난달 2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서의 성매매 현실과 경험’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그런데 이 단체가 행사 홍보용으로 만들어 누리집에 실은 포스터가 문제가 됐다. 여기엔 유흥업소가 입주한 이 대통령 소유의 건물 사진과 이 대통령이 삽을 들고 있는 장면을 합성한 사진이 실렸다.
이 단체는 2일 “사진을 올린 뒤 일주일 동안 여성부와 동대문구청 쪽으로부터 ‘대통령 사진과 업소 사진, 건물이 대통령 소유임을 알리는 문구 모두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았다”며 “여성학자와 다른 민간단체도 삭제를 종용했고 경찰 정보 형사까지 전화했다”고 밝혔다. 여성부의 관련 정책 담당자가 ‘사진 한 장 때문에 성매매 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삭제를 요청했으며, 동대문구 가정복지과 직원들도 하루에 몇 차례씩 전화하고 찾아와 삭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결국 포럼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사진을 삭제했다. 허신동원 단체 대표는 “갈수록 조여오는 어떤 힘을 느껴 불안하고 위축됐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는 처지이기도 해서 결국 싸움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이번 일로 독립적 단체로서의 자율성을 훼손당했다”며 여성부에 공식 항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사진이 행사 내용과 큰 관련이 없고 명예훼손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삭제를 요청했다”며 “압력이 아닌 요청이었고 단체도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동대문구가 단체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어 구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에 전화를 걸었던 경찰관은 “지역 담당으로서 현황 파악 차원에서 연락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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