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안위 민주의원들 항의 퇴장
어청수 경찰청장이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책에 정면으로 맞서던 끝에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촛불집회 강경진압과 종교편향 파문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강기정 의원은 “어 청장이 아직 파면이 안 되고 여기 서 있는 게 유감이다. 국민들이 물러나라고 하는 마당에 정상적인 업무 집행을 할 수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신지호 의원 등 한나라당 쪽은 “한국의 집시법이 가장 헐렁하다”며 “좀더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달라”고 어 청장을 감쌌다.
어 청장은 답변에서 시종 촛불시위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어 청장은 “이유야 어찌 됐든 경찰 조직을 책임진 청장으로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자퇴 문제는 제 개인의 소신 문제가 아니라 15만 경찰 조직의 안전과 사기 문제와 연결돼 있으며 법에 명시한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게 확고한 소신이냐”는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어 청장은 “선진국 어디에도 경찰에게 폭행을 가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나라는 없다”며 촛불시위의 폭력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변명만 늘어놓는 자리에 더 앉아 있는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 수치”라며 저녁 6시께 모두 퇴장해버렸다.
한편 어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곧 조계종 등 불교계를 찾아가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불교계의 요구로 논란이 됐던 어 청장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사과 방문을 통해 불교계의 이해를 구하고 싶은 게 사실이고, 또 적극적으로 사과 방문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조계종 등 불교계가 이를 받아줘야 가능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한 만큼, 사과 방문은 곧바로 다음날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불교계가 수용할 경우 10일께 사과 방문이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조계종은 이날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놓고 대책회의를 열어 어 청장 사과 방문의 수용 여부와 시기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진환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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