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족 승소 판결
법원이 군 의문사 사건에서 ‘시효가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을 내치고 손해배상을 명령한 첫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23일 1994년 5월 군부대에서 숨진 손아무개 이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6900여만원의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청구권 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피고(국가) 쪽 주장은 군의문사위의 진상규명 결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며, 결정 과정에 관여한 위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을 가볍게 뒤집는 주장”이라며 “유족들이 실질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군의문사위 결정 시점 이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군의문사위 진정 사건과 관련해 소멸시효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국가배상 청구권의 시효는 5년으로, 손 이병이 숨진 것은 13년 전이다.
앞서 법원은 최종길 교수와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유족들이 낸 손배소에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군의문사위 관계자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건과 달리 일반적인 군 의문사 진정 사건에서도 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유족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며 법원 결정을 반겼다.
군의문사위는 지난해 7월 손 이병의 유족이 낸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당시 손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부적절한 특공연대 배치 △선임병들에 의한 인격 모독 △지휘관의 관리 소홀 등이 주요 원인이 돼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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