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검사대상 428개품목 팔면 안되는데…
금지목록 통보없고 겉치레 단속…버젓이 유통
해태제과 ‘미사랑 코코넛’서도 멜라민 나와
금지목록 통보없고 겉치레 단속…버젓이 유통
해태제과 ‘미사랑 코코넛’서도 멜라민 나와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온 해태제과의 ‘미사랑 코코넛’에서도 지금껏 최고치의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는 등, 날마다 멜라민이 든 식품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우유 성분이 든 중국산 식품에 이어, 중국산이 아니어도 유성분이 함유된 모든 수입 식품에 대해 통관 과정에서 멜라민 검사를 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동네 슈퍼에서는 멜라민이 들었을 것으로 의심돼 ‘판매 금지’된 중국산 식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대책 따로, 유통 따로’ 현상이 벌어지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8일 해태제과의 미사랑 코코넛(유통기한 2008년 12월1일)에서 271.4ppm의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검출된 멜라민 중 최고치다. 미사랑 카스타드 3건(유통기한 2008년 9월24일·11월30일, 2009년 5월6일)에서도 멜라민이 또 나왔다. 이에 따라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은 미사랑 코코넛이 하나 추가돼 미사랑 카스타드, 밀크 러스크, 베지터블 크림 파우더 에프25까지 모두 네 가지 품목, 7건으로 늘었다.
식약청은 지난 26일 검사가 끝나지 않은 품목 305종의 판매를 금지했다가, 이날 같은 품목에서도 유통 기한별로 멜라민 검출 여부가 다르게 나오자 애초 검사 대상으로 선정한 품목 428종 전체를 다시 판매금지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식약청은 “다른 나라에서 중국산 우유·분유 등으로 제조된 식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는 사례가 외국에서 나타났다”며 “통관 과정에서 우유 성분이 함유된 모든 수입 식품에 대해 멜라민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시중에 풀린 ‘비중국산’ 우유 성분 제품들은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사 대상에 넣지 않아,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놔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콩 단백질도 우유처럼 단백질 함량을 속이고자 멜라민이 첨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식약청은 어묵이나 만두, 건강 기능식품 등에 쓰이는 중국산 ‘분리대두 단백’도 멜라민 검사 대상에 넣겠다고 말했다.
멜라민 검사 완료까지는 적어도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검사 대상 428종 가운데 대부분의 ‘판매 중지’ 작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 등에선 혼란이 더욱 크다. 서울 마포구 ㄷ슈퍼 주인 조아무개씨는 ‘판매금지 목록을 아느냐’는 물음에 “중국산 과자 이야기라면 우리도 ‘미사랑’을 치웠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식약청에서 이틀 전인 26일 저녁 판매 금지 목록을 발표했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 대한 행정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ㅇ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내경(45)씨는 “우선 ‘미사랑 카스타드’만 뺐다”고 했다. 박씨는 “손님들은 일주일 전부터 과자 뒷면을 한참 살피다가 놓고 가곤 하는데, 구청이나 업체에서는 (금지 목록) 팩스는커녕 전화 한 통 주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종로구청 보건위생과 장강주 계장은 “주말부터 직원 36명 모두가 관내 슈퍼와 문방구, 편의점 등을 돌았다”며 “이런 물품을 팔면 어떤 제재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자녀 둘을 둔 김아무개(38)씨는 “아예 과자 자체를 먹이지 않는 게 상책일 것 같다”고 말했다.정세라 송경화 안선희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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