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업체 현황(2005년 기준)
이력추적·집단소송제 번번이 ‘꽈당’
책임질 수 없는 업체 퇴출…핵심제도 도입해야
중국발 멜라민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이 1일 식품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그동안 식품업체들의 품질 관리 책임을 대폭 강화할 식품 이력 추적제나 식품 집단소송제 등은 “영세한 업계에 너무 큰 부담”이라는 명분에 밀려 번번이 좌초하곤 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식품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하도록 놔둘 게 아니라 먹을거리 사고가 나면 업체가 문을 닫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 영세업체 무책임 방치 식품업체는 법인 수로는 1만7천개에 가깝고, 시·도별 생산장은 2만3천여개에 이른다. 업체들 대다수가 워낙 영세하다. 2005년 기준 1만6853개 법인 가운데 직원이 1~10명인 업체가 78.35%인 1만3200여개다. 11~50명 규모는 3023개로 17.94%이고, 50명 이상 규모 업체 수는 고작 3.71%다. 연간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법인이 9840개로 58.39%를 차지하고, 1조원을 넘기는 업체는 농심, 롯데칠성음료, 씨제이 단 3곳뿐이다.
수입업체도 영세하기는 만만치 않다. 9월 현재 수입 식품업체는 2만개가 넘는다. 대표자까지 직원이 1~2명인 곳도 수두룩하다. 식품수입업은 신고제여서, 식약청은 이런 업체들의 인력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영세업체들에 책임 있는 식품 품질 관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한 일로 보인다. 지난 3월 ‘쥐머리 새우깡’ 사건 때도 식품안전 당국은 “우리 식품 영업은 89%가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미만의 영세 업종으로 (소비자가) 승소해도 합리적 구제를 받기 어렵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국회에서도 업계 반발에 입법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식품의 생산·유통 내력 등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식품 이력 추적제’도 번번이 무산됐다.
■ 식품안전 근본 대책뿐 그러나 업계 영세성을 이유로 식품 이력 추적제나 식품 집단소송제 같은 식품안전 대책 도입을 더 미룬다면, 식품 사고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세업체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품질 관리 책임을 요구하고, 안전 관리 소홀로 사고가 터지면 다시 발붙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줘야만 먹을거리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영세하기는 하지만, 매출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대형 식품업체들이다. 1~10명인 업체는 법인 수로는 78%에 이르지만, 매출액 비중은 7.11%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식품 안전을 강화하는 대책들을 도입하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실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영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은 “우리 메기 양식장에 멜라민 사료를 공급한 업체는 같은 사료를 타이에 수출했다가 반송당했는데도 국내 영업은 계속했다”며 “이런 업체가 발붙일 수 없게 핵심 제도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청은 이날 멜라민 검사 대상인 중국산 수입식품 428종 가운데 91종의 판매 금지를 풀고 337종은 판매 금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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