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 위해 나서기로”
교대 근무제 도입 등 촉구
교대 근무제 도입 등 촉구
“노동자로서 단결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인 소방공무원들이 ‘단결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직 소방관들이 노동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소방관 7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소방발전협의회’ 회원 10여명은 2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소방·응급구조 노동자네트워크 출범회의’에 참여해 기자회견을 열어 “소방공무원도 노동자인 만큼 단결권 등 권리를 보장하고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를 읽은 전북도 소방안전본부 고진영(39) 소방교는 “해마다 화재 현장 등에서 목숨을 잃는 동료들과 남겨진 가족들을 보면서 소방관들의 처우는 왜 이렇게 개선되지 않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말했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탓에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시간외 근무를 하지만, 정작 수당은 다른 공무원들과 똑같이 64~65시간치만을 받는 게 대표적 현실이라고 했다. 고 소방교는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를 두고 언론 등에서 거듭 문제가 제기되는데도, 정부 부처가 처우 개선에 쓰도록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예산은 번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곤 한다”며 “이런 현실을 바꿀 유일한 길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방발전협의회는 △단결권 보장 △공무원 정규 근무시간에 해당하는 교대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권영길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20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강 검진에선 35.9%가 건강관리 이상자로 판정받았고, 이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일하다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순환기계 질병을 앓는 비율이 24.8%였다.
국제노동기구는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소방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권영길 의원은 소방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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