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55·여·한국명 심은경)가 8일 충남 예산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옛 추억이 담긴 영상자료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예산/연합뉴스
스티븐스 미국대사, 충남 예산중 방문
“한국의 고향인 예산에 돌아와 예산중을 다시 보게 돼 아주 아주 기쁩니다.”
8일 자신이 교사로 근무했던 충남 예산의 예산중을 방문한 캐슬린 스티븐스 한국주재 미국대사는 환영식에서 우리말로 또박또박 인사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33년 전 혼자 기차를 타고 처음 예산에 왔다”며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10주 배운 한국말로 인사할 때가 인생에서 가장 떨리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외교관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설득하고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을 평화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요한다”며 “예산중 동료 선생님들, 학생들, 교감선생님이 나에게 외교관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와서 배운 속담 가운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예산도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아름답다”며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 돼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더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1975~76년 촬영된 흑백사진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자 “아, 옛날 학교 모습이네요. 기억납니다. 저기 오른쪽에 앉아 있는 분이 이순옥 선생님입니다”라고 반겼다. 국제평화봉사단원으로 이 학교에 와 심은경 선생님으로 불렸던 22살 때의 모습과 검은색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제자들의 모습이 이어지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오전 옛 하숙집 터를 방문해 기다리고 있던 황규남(51), 규윤(46), 규홍(44)씨 등 하숙집 아들 삼형제와 재회했다. 그는 “골목길 입구에 포도밭이 있었고 대문을 들어서면 내가 살던 방이 있었다”며 터만 남은 집 구조를 설명한 뒤 제자인 규윤씨가 “대사님의 영향으로 미국에 유학가 존스 홉킨스 의대를 마쳤다”고 소개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저녁 제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추억이 깃든 예산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며, 9일 서울로 돌아간다. 예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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