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청부 뒤에도 돈관리 가능성…석모도 땅 담보로 40억 대출도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개인돈을 관리해 온 전 재무팀장 이아무개(40)씨가 지난해 9월 필리핀의 부동산 회사에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월엔 이씨가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계열사가 근저당권을 갖고 있는 강화 석모도 땅을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은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씨가 지난해 4~5월 이후 재산관리 업무에서 손을 뗐다’는 씨제이 쪽 해명과 달리, 이씨가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회장돈을 관리하며 투자사업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이씨가 지난해 9월 ㄷ건축설계사 중계로 필리핀의 한 단독주택 건설업체에 25억원을 투자했다가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자, 손실보전을 위해 중개업체인 ㄷ사의 약속어음을 허위로 공증받은 혐의(유가증권위조 및 행사 등)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ㄷ사 대표 우아무개씨는 고소장에서 “올해 5월 이씨한테 투자금 19억원을 돌려줬고, 나머지 9억원(업무추진 용역비 3억원 포함) 중 4억원을 나중에 받기로 합의했으나, 내 도장을 도용해 4억원짜리 약속어음을 몰래 돌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가 투자에 나선 경위와 자금 출처, 이씨의 협박 혐의 등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또 그룹 쪽으로부터 투자 손실금 회수 압박을 받던 올 2월 자신이 설립한 썬앤아이투자개발을 통해 강화 석모도 땅을 담보로 40여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석모도 땅은 씨제이의 계열사 씨앤아이레저가 1순위 근저당권자이며, 이 업체는 이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제이 쪽은 “석모도 땅은 최근 등본을 떼 보고 이씨가 설립한 회사가 추가로 근저당을 설정해 돈을 빌린 사실을 알았다”며 “우리(씨앤아이레저)가 1순위 채권자여서 대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살인청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씨가 석모도 땅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은 경위에 대해 추가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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