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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노동자 버린 ‘우리 기타의 자존심’

등록 2008-10-19 23:12

문화예술인들 21일 연대 공연
‘콜트’·‘콜텍’ 해외공장 두고 국내공장 폐업
정리해고 노동자들 1년 넘게 외로운 투쟁

신해순(45·여)씨는 우리나라 기타의 대표격인 ‘콜트’(Cort)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의 대전 공장에서 9년 동안 일해 왔다. 기타의 목재 표면을 대패질하며 먼지로 뒤덮인 작업장에서 주 1회 지급되는 면마스크만을 쓴 채 땀을 흘렸다. 그렇게 하루 12시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이 안 됐다. 그래도 회사는 항상 어렵다고만 했고, 신씨도 ‘회사가 망하면 큰일난다’고 여겼다.

2006년 노동조합이 꾸려졌다. 남성이라고 해서 여성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던 관행이 바로잡혔고, 아침 일찍부터 일해야 하는 ‘조출’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콜텍이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지난해 공장은 문을 닫았고 신씨는 일자리를 잃었다.

콜트 기타는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여전히 세계로 팔린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좋다고 인정받는다. ‘펜더’, ‘아이바네즈’ 같은 국외 이름난 기타도 주문 제작을 한다. 전기기타를 만드는 콜트악기㈜와 통기타를 만드는 ㈜콜텍은 박영호 사장이 100% 주식을 갖고 있는 1인 주주 회사다. 콜트악기는 인천 부평구와 인도네시아에, 콜텍은 대전과 중국 다롄에 공장을 세워 운영해 왔다.

그러나 콜텍은 지난해 7월 대전 공장을, 콜트악기는 올해 8월 부평 공장을 폐업했다. 회사는 “경영 적자와 노사 갈등 때문”이라고 했다. 이희용 콜텍 관리부장은 “국내 기타 생산은 수익성이 없다”며 “그래도 국내 생산을 유지하려 했으나, 노조가 태업을 하는 등 갈등을 일으켜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위장 폐업’이라며 반발해 왔다. 순이익을 내는 두 회사를 폐업할 경영상 이유가 없으며, 노조를 탓하는 건 더욱 부당하다는 것이다. 싼 인건비를 노려 공장을 외국으로 빼내려는 의도일 뿐이라는 얘기다.

콜트악기는 2003년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반제품을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마무리하는 공정을 도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내놔야 브랜드 가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국내 인력을 마무리 공정으로 돌리더니, 2007년 56명을 정리 해고했다. 콜텍에서도 2006년 말 ‘배치 전환’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장석천 전국금속노조 콜텍지회 사무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노조를 꾸렸더니 회사는 아예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 버렸다”며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 앞에서 1년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지난 15일부터 서울에서 “원직 복직” 등을 촉구하는 고공농성(<한겨레> 16일치 10면)에 나선 이유다.

콜트악기 해고 노동자 27명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으나 최근 행정소송에선 ‘사업장이 이미 폐업했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콜텍 해고자들에게도 중앙노동위원회는 “복직해도 실익이 없다”며 노동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기타를 만들다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문화예술인들이 손을 내밀었다. 기타를 다루는 음악인 등은 콜트악기·콜텍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며 오는 2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공연을 연다. 기타 연주자인 김아무개(32)씨는 “콜트가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의 개발 등은 제쳐두고, 인건비 절감에만 목을 맨다면 소비자들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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