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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피해자 대부분 40~50대 중국동포…유족들 통곡

등록 2008-10-20 19:39수정 2008-10-21 01:03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창가에서 고가사다리차에 오른 소방관이 유독가스와 연기를 빼내려고 창문을 부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 창가에서 고가사다리차에 오른 소방관이 유독가스와 연기를 빼내려고 창문을 부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쉬는날도 없이 밤낮 일만 했는데…”
“이제야 좀 살 만해졌는데 …. 답답하고 좁은 고시원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언니 ….”

20일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와 식당일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온 40~50대 여성 동포들이었다. 언니 이월자(50)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용산 순천향병원으로 달려온 이씨의 동생 순자씨는 입관실 앞에 주저앉아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이들은 8남매 가운데 다섯이 한국으로 건너와 공사장과 식당을 가리지 않고 궂은일을 하며 서로 의지해 살아왔다. 변을 당한 이씨는 일곱째다.

“엊그제 버스에서 언니를 만났는데 처음 비싼 옷 사 입었다고 자랑을 했어요. 애들 생각에 옷 한 벌 못 하고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해 왔는데 ….” 병원으로 달려온 이씨의 형제들은 “흉기에 찔린 언니가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현장에서 본 사람이 있다”며 애통해했다.

중상을 입은 김보금(45)씨와 장채옥(41)씨는 사촌동서 사이다. 3년 전 손위인 김씨가 먼저 중국 지린(길림)성에서 한국에 왔고, 7개월 전 뒤따라 장씨가 남편과 함께 왔다. 둘은 같은 강남의 직업소개소 회원으로 등록해 밤낮으로 식당일을 해 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간일이 끝나면, 잠깐 쉰 뒤 다시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야간일을 했다고 한다. 장씨와 같은 식당에서 일한 김인숙(49)씨는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 주·야간을 동시에 뛴다”며 “뉴스를 보니 야간 식당일을 끝내고 곤히 잠들었을 시간이더라”며 안타까워했다. 같은 소개소 회원 2명도 같은 고시원에 살았지만, 이들은 아침 일찍 일을 나가서 화를 면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보금씨는 최근 한국에 들어온 남편이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간 사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 “아는 사람이 부산에 실내장식 일거리가 있다고 해 부산에 내려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열흘 전쯤 얼굴을 봤는데 ….” 남편 김아무개씨는 사촌동서도 함께 다쳤다는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중상자 가운데는 주경야독하던 20대 청년도 있었다. 머리와 배 세 군데를 찔려 중상인 김대영(29)씨가 이날 오후 순천향병원 수술실에서 실려 나오자, 김씨의 어머니 이정임(53)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김씨는 식당에서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다 2주 전부터 책방으로 일자리를 옮겨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서너 달 전에 고시원 들어가 내심 마음이 놓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정유경 송경화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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