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한유치(43·사진·일본명 유지)
고베 한유치씨 16년 경력에도 부주임직 박탈
“재일외국인 간부직 될 수 없다”여전한 차별
“재일외국인 간부직 될 수 없다”여전한 차별
“재일동포 학생들한테 외국인이라도 선생님,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제가 이런 차별을 받아들이면 아이들한테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일본 고베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인 재일동포 한유치(43·일본명 유지)씨는 교장에 의해 올 3월 학년 부주임에 임명됐다. 고베시의 ‘외국인 교원 1호’로 16년 동안의 교사 경력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첫 간부급 보직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고베시 교육위원회는 “재일 외국인은 관리직인 부주임이 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고, 학교 쪽이 이를 받아들여 한씨는 한달여 만에 보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학교 쪽은 한씨를 일방적으로 교무위원 명단에서 삭제하고, 교내 7개 위원회의 부위원장직도 박탈했다.
시 교육당국과 학교 쪽은 1991년 문부성 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재일 외국인은 ‘기한에 제한이 없는 상근 강사’로만 임용될 수 있으며, 일본인 교사의 지도하에 보조적 직위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민하던 한씨는 “문부성 지침은 법적 근거가 없는 민족차별이자 인권침해”라며 ‘효고 재일외국인 인권협회’ 등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지난 6월께 시 교육위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문부성 지침은 ‘한-일 각서’ 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일본 노동기준법의 내·외국인 균등 대우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다. 두 나라가 91년 체결한 ‘한-일 법적지위 협정에 기초한 협의 결과에 의한 각서’(한-일 각서)에서 재일 한국인의 교원 임용이 허용되자, 같은 해 문부성이 법적 근거도 없이 ‘재외 국적자는 상근 강사로 한정한다’는 내부 지침을 따로 마련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외국인 국적을 가진 교원은 공립학교에만 200여명에 이른다.
한씨와 ‘재일외국인 인권협회’ 등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일 한국인 교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한국 정부에 호소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니시 가즈하루 전국재일외국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재일동포 아이들 90%가 (민족학교가 아닌) 일본 학교에 다니는데, 이들한테는 한국인 교사의 존재가 소중하다”며 “문부성의 지침과 고베시 교육당국의 조처는, 재일동포 교사들한테 관리직도 맡을 수 없는 ‘2급 교원’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씨는 “91년 이후 일본에서 교직에 진출한 재일동포 교원들이 서서히 관리직을 맡을 시기가 됐다”며 “재일 한국인은 일본에서 영원히 정식 교사가 될 수 없는 이런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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