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네번째 ‘간통죄 합헌’ 결정에 여성계는 대체로 아쉬움과 우려를 나타냈다.
간통죄 폐지를 주장해 온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 성향 여성단체 3곳은 30일 논평을 내어 “부부 사이의 신뢰와 책임을 국가 형벌권에만 맡겨, 실질적 대안을 찾는 사회적 논의가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들이 사회·경제적 처지 때문에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뾰족한 대응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간통죄가 가정을 지켜준다’는 막연한 생각은 이들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임혜경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도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실망감을 보이며, “배우자 부정행위 등을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널리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 4월 “간통죄가 가정 해체를 막는 실효성도 없고 법적 부작용도 커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성관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잦고, 간통사건 기소율도 일반 형사사건에 견줘 매우 낮다는 게 근거였다.
반면, 간통죄 존치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김화중 회장은 “징벌로 가정 해체를 막고 있는 간통죄가 폐지되면 배우자 부정행위가 더욱 조장될 것”이라며 헌재 결정을 반겼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국가가 가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아직은 간통죄가 아니면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운 여성들도 있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여성 인권을 보호할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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