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징계·일방적인 인원 충원
“매각 쉽도록 노조 없애기” 의혹
“매각 쉽도록 노조 없애기” 의혹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공공기관 골프장이 그동안 단체협약을 맺으며 협력해 오던 경기보조원 노동조합에 대해 ‘불법 노조’라며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 인력 충원 등을 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인 88관광개발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 88컨트리클럽의 경기보조원들로 구성된 전국여성노동조합 88컨트리클럽분회는 31일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던 회사가 돌연 불법 노조라며 태도를 바꿔 조합원 해고, 일방적인 신규 인원 충원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결성된 전국 유일의 경기보조원 노조인 88컨트리클럽분회와 회사는 그동안 2년마다 네 차례 단체협약을 맺는 등 서로 협의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회사는 ‘고객에게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조합원 정아무개씨에게 출장 정지 조처했고, 정씨가 항의하자 아예 경기 출장 명단에서 제명했다. 또 경기보조원 20명을 새로 충원했다. 인력 충원은 경기보조원들의 수입에 영향을 주므로, 그 동안 회사는 노조와 충원 규모 등을 협의해 왔다. 노조는 “조합원 징계와 인력 충원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줘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고 반발하며 경기지방노동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김은숙 분회장은 “지난 6월 대표이사가 교체된 뒤로 회사 간부들이 ‘너희 좋은 시절은 갔다’고 말하는 등 태도를 싹 바꿨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정부가 골프장 민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매각하기 쉽도록 노조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회사 쪽은 “경기보조원은 법적으로 사업자”라는 태도다. 우양현 경기팀장은 “경기보조원들이 나이도 많고 불성실하다는 고객 불만이 많아 신규 인력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매각 추진과 관련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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