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경제적 어려움 ‘이중고’…남성은 휴직자의 1%뿐
공무원 김소윤(35·가명)씨는 지난 9월 첫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를 쓰고 있다. 석 달을 쉬고 12월이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해서, 아이는 친정에 맡길 생각이다. 김씨는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분위기가 뒤숭숭해 포기했다”면서 “남편도 공무원인데 육아휴직 이용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에 이어 육아휴직 급여가 도입된 지 8년째지만, 여성 공무원조차 휴직 이용률이 20% 남짓이고 남성 공무원들의 휴직 이용률도 1%가 안 되는 등 육아휴직 제도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1987년 여성 노동자에 한정해 도입된 육아휴직은 2001년 모든 남녀로 확대돼 고용보험 등에서 월 20만원씩 휴직 급여를 주기로 하면서 비로소 제모습을 갖췄다. 휴직 급여는 지난해 월 50만원까지 늘어났고, 지난 6월부터는 휴직 조건도 여러모로 개선됐다. 한 살 이하 자녀에 대해 1년까지만 허용됐으나, 3살 이하 자녀에 대해 부모 각각 1년씩 최대 2년을 쓰도록 바뀐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낮은 고용보험 가입률, 일 중심인 직장 문화 등과 맞물린 탓에 제도가 있어도 이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성 취업자들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비중이 28.7%로, 대부분이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자영업자·무급 가족종사자 같은 비임금노동자이다. 이러다 보니 고용보험 가입률도 40%대에 그친다. 절반 이상은 휴직 급여를 탈 조건이 안 되고, 또 비정규직으로서 고용이 불안한데 감히 육아휴직을 쓰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남성 취업자는 ‘희귀종’으로 몰리기 일쑤다. 올 8월 현재 육아휴직 급여를 탄 인원은 1만9032명이지만 여성이 1만8816명으로 98.9%였다. 남성은 216명으로 1.1% 수준이다. 여기엔 남성이 일을 쉬고 월 50만원인 휴직 급여만 받아서는 가정 생활을 꾸리기 어려운 경제적 배경도 작용한다.
한국청년연합회 ‘일과 아이를 위한 시민행동’ 천준호 대표는 “연간 1만~2만명이 육아휴직을 하면 남성은 200~300명 남짓이고 그나마도 절반이 공무원인 상황”이라며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직장 분위기를 바꾸고 남성들에게도 의무 사용을 강제하는 입법이라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