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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성호 “생산효율 내세운 지나친 고용 감축은 피해야”

등록 2008-11-30 18:46수정 2008-11-30 20:34

안성호(사진)
안성호(사진)
[한겨레가 만난 CEO]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IMF·카드사태 넘긴 국내 최고 가구 브랜드
빚 안지는 ‘개성상인식 경영’ 13년 연속 흑자
불경기에 명품가구점 여는 ‘역발상’ 돋보여

안성호(사진) 에이스침대 대표는 지난 24일 <한겨레>와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첫째 목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임계점 이하로까지 고용 인원을 줄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경영자들이 경제가 나빠졌다는 이유를 들어 인력 구조조정을 당연하게도 1순위 해결책으로 올리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에이스침대는 우리 경제에 큰 굴곡을 남긴 고비마다 여느 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외환위기때 마케팅 비용을 30%나 늘렸고, 카드사태 전야인 2002년엔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시기를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국내 가구 브랜드가 바로 에이스침대다.

에이스침대의 나홀로 행보는 요즘 들어 다시 빛을 내고 있다. 너나없이 경기가 가라앉는다는 아우성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이탈리아, 노르웨이 명품가구를 전시·판매하는 ‘에이스애비뉴’를 연 것. 다른 수입 가구점보다는 가격이 낮은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넘기는 고가 제품들이다. 안 사장은 “경기가 안 좋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오히려 이럴 때 명품 가구 전시장을 여는 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나 인지도를 확보하는 면에서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내 가구업체의 미래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가구 유통은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뒤처져 있는 형편”이라며 “가구업체 스스로가 ‘세일’ 판매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구 판매점이 늘어서 있는 거리에서 익숙하게 찾을 수 있는 ‘파격세일’이라는 문구는 결국 튼튼한 기업을 세우려는 입장에서는 독이 된다는 설명이다. 에이스침대는 44년 동안 세일판매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노세일’ 브랜드다. 그는 또 차별화된 가구 기업이 아니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에이스침대를 비롯해, 주방가구와 가구 유통으로 시장을 선점한 ‘한샘’, 사무용 가구를 파는 ‘퍼시스’ 등은 모두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다. 안 대표는 “가구 제작에는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며 “꾸준히 좋은 제품을 생산해 왔던 가구 기업들이 하나 둘씩 무너져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는 1963년 안 대표의 아버지인 안유수 회장이 세운 회사다. 오늘날 국내 침대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이탈리아 등 해외 시장의 개척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동생인 안정호 사장은 국내 2위 침대 업체인 시몬스 침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두 형제는 2006년 이탈리아에 합작 브랜드인 ‘자나(ZANA)’를 선보였다. 이 같은 안씨 일가의 경영 방식을 놓고 ‘개성 상인’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우물을 팔 것, 신뢰를 자산으로 삼을 것, 함부로 빚을 내지 않을 것. 이 세 가지로 요약되는 개성 상인의 특징은 안 대표의 경영 스타일에도 딱 들어맞는다.

안 대표는 마지막으로 에이스침대가 추진해 온 ‘대북 사업’에 대해 무겁게 입을 뗐다. 안 대표의 아버지인 안유수 회장은 황해도 사리원 출신이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5월 사리원에 침대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공장 건설은 부지 선정 작업이 늦어져 답보 상태다. 최근 개성공단의 일부 인원 철수 등으로 남북 관계가 더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에이스침대의 공장 건설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안 대표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고위층, 호텔 등의 수요는 분명히 있는 상태”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가치는 있다고 보고 긴 시간을 두고 사업계획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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