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보훈처 “대화로 풀라” 권고 불구
경기보조원들에게 해고나 다름없는 ‘경기 출장 유보’ 조처를 잇따라 내려 경기보조원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어 온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 용인 88컨트리클럽이 “대화로 해결해 보라”는 노동청 권고와 보훈처 지시도 외면한 채, 노조원들을 추가로 출장 유보 조처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88컨트리클럽분회는 3일 “회사 쪽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해 국가보훈처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조합원 16명이 추가로 경기 출장 유보 조처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제명이나 출장 유보된 경기보조원은 53명에 이른다.
88컨트리클럽 쪽은 경기지방노동청 수원지청이 “대화로 해결하라”고 권고하고 소속 기관인 보훈처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시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아직까지 노조 쪽과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민진 국가보훈처 복지운영과장은 “회사에 공문을 통해 ‘대화로 풀라’고 지시했다”며 “노조와 회사의 견해차가 커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성현 경기노동청 수원지청 근로감독관은 “경기보조원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로서, 사업자 성격도 있어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까다롭다”며 “대화로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한데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경기보조원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노조와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이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라는 증거로 회사가 발급해 온 재직증명서 등을 노동청에 내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경기보조원 노동조합인 88컨트리클럽분회는 2001년부터 단체협약을 맺고 경기보조원 수칙을 함께 만드는 등 회사와 협력해 왔다. 임원이 교체된 뒤 지난 9월부터 조합원 제명과 인력 충원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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