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30대 러시아 여성이 헤어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다 전동차에 몸을 던져 크게 다쳤다.
30일 오후 4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승강장에서 러시아 국적의 ㄹ이 달려오는 전동차에 뛰어들어 발목이 잘리고 머리 일부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여성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경찰과 선교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러시아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ㄹ은 6년 전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지만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는 경제적 능력이 갖춰질 때까지 아들을 전남편에게 맡기기로 합의했으나, 전남편은 헤어진 직후 아들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그 뒤 삶의 의욕을 잃은 ㄹ은 서울 시내 한 자선단체와 선교회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최근까지 이 여성에게 도움을 준 한 선교회 관계자는 “사고가 나기 하루 전까지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해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며 “생이별한 아들을 그리워한 모정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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