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콘텐츠 마구잡이 복사해 돈벌이 이용 극성
인기 블로그의 주인인 김철수(가명)씨는 최근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기가 올리지도 않은 글이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글로 떠 있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누군가가 김씨의 블로그 글을 그대로 베껴 자기 글인 양 써 놓은 ‘유령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에 찾아가 항의 글을 남겼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유명 블로그의 내용을 퍼다가 광고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스팸 블로그’였다.
블로그가 인터넷 문화로 널리 퍼지면서, 남의 콘텐츠를 ‘무단 펌질’해 돈을 버는 ‘온라인 봉이 김선달’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유명 블로그의 글이나 연예뉴스 같은 인기 있는 글과 사진을 맘대로 가져다 자기 블로그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는다. 보통의 ‘펌 블로그’와 다른 점은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구글 애드센스’나 ‘다음 애드클릭스’처럼,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늘어나는 광고수익의 일부를 블로그 주인한테 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러니 광고의 밑천이 되는 방문자 수를 더 늘리려고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면 마구잡이로 복사해 올린다. 일일이 글을 퍼 올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복사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하루에 수천건씩이나 글을 올려 수익을 내는 전문꾼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검색 사이트의 검색 결과만 복사해 올리는 얌체 블로그도 생겼다. 예를 들어 포털에서 ‘문근영 기부’로 검색된 사이트 목록을 눌러 어떤 블로그에 들어가면 내용은 아예 없고 검색어만 나열돼 있다. 이들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따라 하루 수백건의 글을 올려 누리꾼의 클릭을 ‘낚는’ 수법을 주로 쓴다.
블로그와 포털업체는 스팸 블로그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팸 블로그들이 불필요한 인터넷 트래픽을 지나치게 일으킬 뿐 아니라 블로그 공간과 검색엔진의 신뢰성마저 추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사이트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쪽은 “일부러 지나치게 트래픽을 일으킬 경우엔 운용 중인 스팸 블로그 신고제를 통해 활동 중단 등 조처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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